사자 가족과 헤어져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곧바로 '동물의 왕국'이 펼쳐졌습니다. 

단언컨대 응고롱고로만큼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너무나 쉽게, 너무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곳은 없습니다. 이는 응고롱고로 1편에서 말한 바 처럼 거대한 분화구 안에서 평생 모여 살아야 하는 특수한 환경 덕입니다.  




 



모든 동물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얼룩말은 동물원에서 보는 모습과 아프리카 초원에서 보는 느낌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야생의 얼룩말들은 한마디로 귀족 부인같았습니다. 특히 저 얼룩무늬가 그렇게 생생하게 보일 수 없었는데 하나같이 품위있어 보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동물중 가장 많은 수가 누인데 응고롱고로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정말 떼거리로 몰려 있었는데 장관이었습니다.







누는 소와 말과 염소의 부분부분을 떼어 붙여 만든 것 처럼 참 신기하게 생겼습니다. 얼룩말과는 같은 초식동물인지라 아무 경계심없이 자주 어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누 근처의 하이에나가 뭔가를 노리고 있는 듯 합니다.







아프리카의 흑멧돼지입니다. 얼굴에 난 두쌍의 혹과 위로 날카롭게 뻗은 이빨이 특징입니다. 이 멧돼지를 볼 때마다 디즈니 만화영화 '라이온 킹'의 품바가 생각났습니다.







버팔로는 언제봐도 휘어진 뿔이 위엄이 있어 보입니다.







하마가 육중한 몸을 물에 담그고 있는 히포폴입니다. 하마는 밤에 풀을 뜯어 먹기 위해 뭍에 오르는 것을 제외하곤 거의 낮동안은 내내 이렇게 물속에서 코와 눈만을 내놓고 지냅니다.

얼핏 둔해 보이는 하마지만 어쩌면 아프리카의 동물중 가장 포악한 놈일 것입니다. 사자도, 코끼리도, 악어조차도 하마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려 하니까요. 특히 땅에 올라와 있을 때 자신과 물 사이에 있는 존재는 그 무엇을 막론하고 적으로 간주, 어마어마한 체중과 이빨로 산산조각을 내버리고 마는, 무시무시한 동물입니다.







응고롱고로를 벗어날 수 있는 동물은 새가 유일합니다. 동시에 하마곁에 아무렇지도 않게 접근할 수 있는 동물도 새가 유일할 것입니다.







이렇게 짚차가 여러대 서 있다는 것은 평소 보기 힘든 맹수가 있다는 뜻입니다. 더구나 저렇게 거대한 망원 렌즈를 갖고 있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다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역시 사자였습니다. 이 초원에서 이렇게 배 드러내놓고 맘 편하게 잠을 잘 수 있는 동물은 사자말고는 없을 것입니다. 







분화구안에 갇혀 있으니 모든 동물이 그야말로 쉽게 사자밥이 될 것 처럼 보이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보기와 달리 사자의 사냥 실력은 형편없다고 합니다. 보기엔 날렵하고 민첩해 보이지만 목숨 걸고 달아나는 동물들을 놓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체면 불구하고 하이에나가 주로 먹는 죽은 고기를 가로채기해서 배를 채우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머리 부분이 흰 것으로 보아 영양의 한 종류인 세이블앤틸로프로 보입니다. 사자의 형편없는 실력을 알고 있다는 듯, 사자에서 멀지 않은 곳임에도 여유있게 다리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약간은 흉측하게 생긴 아프리카 대머리 황새입니다. 맹수 주위를 어슬렁거리다가 초식동물을 잡아 먹고 가면 그 나머지 고기를 발라 먹는 놈입니다.







우리는 더 깊숙히 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응고롱고로가 동물의 왕국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처럼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마르지 않는 호수가 여러곳 있기 때문입니다.







물을 먹는 얼룩말의 엉덩이가 정말 튼실하게 보입니다.







특히 마야라 호수는 홍학떼가 주인입니다. 멀리 붉게 떼로 몰려 있는 것이 모두 홍학입니다.







어! 그런데 표범입니다. 표범은 치타와 비슷해서 구분하기 힘든데 외롭게 혼자 다니는 것을 보니 표범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덩치가 크고, 매우 위험한 5가지의 동물을 빅5라고 부릅니다. 사자, 코끼리, 버팔로, 표범, 코뿔소 등입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이 빅5를 모두 볼 수 있는 확률은 사실 5%도 안된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보기 힘든 게 표범이고, 그 다음이 코뿔소입니다.

참 운이 좋았습니다.

















우리 짚차가 지나가려는 데 새 한마리가 허둥지둥 따라왔습니다. 노련한 짚차 운전수가 뭔가를 눈치채고 차를 옆으로 조심스럽게 몰았는데 헉! 이 새는 알을 보호하기 위해 급히 달려왔던 것입니다.







그리고는 얼른 알을 품었습니다. 모성애란 바로 이런 것인가 봅니다. 순간이었지만 참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험난한 곳에서 저 알을 과연 무사히 부화까지 시켰을지 지금도 문득문득 궁금합니다.







조류중 덩치만 가장 컷지 정작 날지는 못하는 새 타조. 깃털이 모두 회색인 것으로 보아 암컷입니다. 숫컷은 깃털이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있습니다.







응고롱고로 내에서도 사람이 차에서 내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워낙 넓다보니 내려서 화장실도 가고, 잠시 쉴 수 있는 곳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라고 방심해선 안됩니다. 특히 원숭이를 조심해야 합니다. 먹을 것을 들고 있으면 잽싸게 채가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재칼로 보이는데 그늘에서 재롱을 부리고 있습니다.







영양류 중에서 가장 크고, 점프도 가장 잘하는 엘런드 영양입니다. 정말 늠름하게 생겼습니다.







누는 지천입니다.







주로 점심 도시락을 먹는 장소인 나구라 호수입니다. 풍경도 좋지만 이곳이 무척 재미있는 곳입니다.







이 호숫가엔 점심을 먹기 위해 짚차들이 모입니다. 그러면 독수리들도 함께 모여 듭니다. 이 녀석들은 하늘을 빙빙 돌다가 도시락 뚜껑을 열면 그 순간을 노려 맹렬한 속도로 내려와 냅다 채갑니다. 얼마나 잽싼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속도감과 소리가 무시무시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 재미에 독수리와 사투를 벌여가며 일부러 밖에서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차에서 먹거나 아니면 차 밑으로 기어 들어가 먹기도 합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곳입니다.







이렇게 응고롱고로 여행을 마치고, 다시 분화구 위로 올라오는데 정말 경사도가 장난이 아닙니다. 아무리봐도 동물들이 빠져나올 길은 없어 보입니다.

이렇게 갇혀 있으면 약육강식의 법칙에 따라 사자같은 개체수는 대폭 늘어나고, 누같은 초식동물은 거의 멸종해서 먹이 생태계가 파괴될 것 같지만 그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이곳을 연구 보존하고 있는 학자들이 동물 개체수를 조사해보면 한결같이 옹고롱고로의 동물들은 2만5천에서 3만 마리 사이를 유지하고 있고, 각 동물별 비율도 매년 거의 일치한다고 하니 응고롱고로는 오묘한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라고 할 것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