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20. 2. 20. 06:00

 

 

 

꼬박 10년 만에 차마고도 길이 다시 열렸다. 행여 다시 닫힐세라 부랴부랴 21명의 일행과 함께 길을 나섰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차마고도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다행히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굳이 달라진 점을 찾자면 험하고 거칠기로 악명 높았던 도로가 말끔히 포장되어 있었다는 사실 정도였다.

 

사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불만이었다. 오지 길은 덜컹거리는 비포장도로여야 제 맛인데 아스팔트길이 영 어색했다. 꾀죄죄한 얼굴에 콧물을 흘리던 시골아이가 갑자기 깔끔한 슈트를 차려입고 나타난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차마고도에 다시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란창강과 진사강은 희미하게 남은 마방길과 평행을 이루며 변함없이 흐르고 있었고, 옌징의 하얀 소금알갱이도 여전히 햇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구비를 돌 때마다 7,000m급 설산들이 위용을 드러내며 환호성을 이끌어냈고, 샛강이 흐르는 드넓은 초원에 방목된 야크와 양떼들도 변함이 없었다.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고 막 가을걷이를 끝낸 티베트 농촌의 풍요로움도 만났으며, 라싸를 향하는 순례자들의 고된 발걸음과도 수도 없이 조우했다.

 

주변 풍광은 스위스나 노르웨이를 확실히 능가할 만큼 수려했다. 이처럼 내 마음속의 1순위 여행지 차마고도는 고맙게도 예전과 똑같이 묵직한 감동을 전해주었다.

 

올 봄부터 차마고도 여행은 3월 말과 5월 초, 두 차례에 걸쳐 출발한다. 새봄이 시작되는 3월말에 차마고도를 찾아가는 이유는 차마고도의 환상적인 경치에 복숭아꽃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호수와 설산에 둘러싸인 임지(林芝) 지역은 온통 복숭아나무 천지다. 매년 3월말에 이 복숭아나무들이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면 도화축제(桃花祝祭)가 시작된다. 아직 눈이 녹지 않은 설산을 배경으로 온 천지를 뒤덮은 복숭아꽃이 장관을 이루기에 중국 전역에서 내놓으라 하는 사진작가들이 몰려드는 시기이기도 하다.

 

반면에 5월의 차마고도는 온갖 종류의 야생화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는 시기다. 거칠고 웅장한 차마고도가 울긋불긋 꽃단장을 하고 황홀한 자태를 선보이는 시기이니 최고의 여행시즌이라고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사진을 위해서는 3월팀에, 조금 더 편한 여행을 위해서는 5월팀에 합류하는 것이 좋다.

 

차마고도를 가기 위해서는 5종류의 통행증을 받아야 하고 호텔사정도 녹록치 않다. 따라서 이른 예약이 필요하다. 여행매니아라면 어차피 한 번은 반드시 가야할 곳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차마고도의 문이 다시 닫히기 전에, 기회가 될 때 일단 떠나고 볼일이다. 차마고도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차마고도 여행은 고산병으로 고생할 일이 절대 없으며, 체력이 필요한 힘든 코스도 아니고, 생각보다 먹거리와 잠자리도 훌륭하다. 행여라도 지나치게 고생스러울까 망설일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올 봄, 차마고도 노상에서 만나게 될 벅찬 감동을 공유하고 싶다. [마경찬]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