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20. 2. 24. 06:04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오랫동안 꿈꿔온 여행지가 하나쯤은 있게 마련이다. 책이나 사진을 보며 “언젠가 이곳에 꼭 가보리라”며 마음속으로 다짐하곤 한다.

 

내가 이집트를 꼭 가보겠노라 마음먹은 계기도 크게 다르진 않다. 어릴 적 아버지가 사주신 컴퓨터 게임 속 이집트신화 때문이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도 이집트는 여전히 나에겐 여행지 1순위였다. 그리고 얼마 전, 인솔자가 아닌 여행자로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16일 동안 그곳으로 떠났다.

 

이집트에 내리자마자 처음으로 달려간 곳은 스쿠버다이버들의 성지라고 불리는 다합이었다. 버스를 타고 9시간 동안 4번의 검문소를 통과해야하는 먼 길이었다. 수많은 해양생물과 산호들…, 난 사흘 동안 내내 물속에서 지내며 홍해바다의 신비로움을 즐겼다.

 

카이로로 다시 돌아온 후 본격적인 이집트 여행을 시작했다. 일정은 우리 테마세이투어 이집트 여행 상품을 그대로 따랐다. 머지않아 다시 살아날 이집트상품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워낙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따로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편한 비행기보다는 조금 더 모험적인 여행을 하고 싶었기에 교통편은 이집션들과 몸을 부대낄 수 있는 기차와 버스를 주로 이용했다. 혹여나 도난이라도 당할까봐 가방을 죽부인처럼 꽉 껴안은 채로 잠을 자야 했지만,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며 잠이 드는 그 순간조차 내가 이집트에 있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멤논의 거상, 하셉수트 신전, 그리고 왕가의 계곡이 있는 룩소르부터 정교하고 아름다웠던 아부심벨의 신전, 그리고 그 벽에 새겨진 뜻 모를 상형문자들 까지 TV와 책에서만 보던 수많은 이집트 유적들을 둘러보며 내 나름대로 이집트를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다시 카이로로 돌아오는 나일강 크루즈 위에서 바라보는 석양과 시원한 맥주 한잔은 그간 여행으로 쌓인 피로를 풀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카이로에서 말로만 듣던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마주했다. 처음 피라미드를 본 느낌은 “크다, 거대하다”라는 표현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인간이 만들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는 크기와 높이, 그리고 오랜 역사와 피라미드를 둘러 싼 신화들이 모든 것들을 압도하고도 남았다.

 

오랫동안 언덕에 앉아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바라보며 16일간의 이집트여행과 바쁘게 달려온 2019년을 되돌아보았다. 그리고 어릴 적의 나에게 약간은 자랑삼아 슬며시 알려 주었다. 네가 바래왔던 꿈 하나가 드디어 이루어졌노라고…. [한승남]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