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는 단지 신혼여행지가 아니다
유명한 여행지가 가진 대표적인 이미지에 가려 사실 그곳이 얼마나 다채로운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있다. 하와이가 바로 그렇다. 누구나 들어봤고 신혼부부들에게는 꿈의 섬인 하와이. 보통은 따사로운 햇살과 까무잡잡한 피부의 서퍼들, 그리고 노을이 지는 야자수 해변을 손잡고 걷는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하와이가 섬 하나가 아닌 총 100여개로 이루어진 화산 제도이며, 아직도 화산이 활동 중인 대자연의 섬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본 하와이는 전형적인 휴양지와는 전혀 달랐다.
이번에 휴가로 다녀온 하와이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천문대였다. 하와이 빅 아일랜드섬의 마우나케아산 정상에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천문대들이 한 곳에 몰려있다.
해발고도가 4,205m인 마우나케아산은 사실 해저부터 측정하면 10,203m로 에베레스트보다도 훨씬 높다. 이 덕에 구름의 방해가 없어 년 중 평균 330일이 맑다. 그래서 그만큼 별이 잘 보이는 곳이면서 구름 아래로 해가 지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일몰로 유명하다.
가는 길은 만만치 않다. 바로 옆이 낭떠러지인 비포장도로를 30분간 올라야 해서 4륜구동 자동차가 필수인데다 고산병의 위험도 있다. 하지만 창밖으로 넘실거리는 구름바다의 비현실적인 모습에 그 위험마저 잊힌다.
긴장하며 오른 정상에서 해가 떨어지기 시작하자 하늘에선 빛의 마술이 시작되었다. 붉게 물들었던 하늘이 순간 검정, 빨강, 파랑 오로지 3개의 색으로 선명하게 띠가 그려졌다. 마치 우주의 이상한 별 위에서 혼자 그 광경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여운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에는 검은 장막이 하늘을 뒤덮더니 별이 하나 둘씩 반짝거리며 수놓기 시작했다. 곧 밤하늘에는 별자리를 구분하지 못할 만큼의 별들이 쏟아져 내렸고, 커다란 은하수가 하늘을 두 쪽으로 갈라놓았다. 정신을 못 차릴 만큼 꿈만 같은 광경이었다.
다음날엔 또 다른 새로운 하와이를 만났다. 신비하게도 초록 모래를 가지고 있어 그린샌드비치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 해안은 멋진 경관을 자랑하지만 별명이 히든(hidden) 비치라고 할 만큼 가기가 힘들다. 커다란 바위들이 알알이 박힌 비포장도로를 40분가량 달려야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면 땡볕 아래서 한참을 걸어야 하니 이 숨겨진 해안을 가는 길은 천문대 보다 훨씬 고되다.
처음엔 도저히 차로도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겨우 결심을 해서 식은땀을 흘리며 시작한 오프로드 드라이브는 마치 거북이의 걸음 같았다. 옆으로는 힘찬 파도가 끊임없이 부서지는 해안가가 펼쳐졌고, 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 순간 나는 마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는 탐험가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그런 하와이였다.
물론 하와이의 겉모습은 상상속의 모습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환상적인 날씨와 속이 훤히 보이는 바다, 그리고 ‘알로하!’라며 반갑게 인사하는 사람들까지….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하와이는 커플들의 낭만적인 여행지를 넘어 모험이 가득한 자연의 섬이었다. [방수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