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1. 8. 12. 06:00




태초에 지구가 탄생한 후 곳곳에서 땅이 갈라지고 화산에서는 붉은 마그마가 분출되며 세상이 뒤틀리는 혼돈의 시대가 있었습니다.

그리곤 곧 온 세상에 빙하가 덮어버려 깊고 깊은 정적에 파묻혔습니다. 그렇게 수만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서서히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실개천이 흐르다가 폭포를 이루고, 그곳에 풀이 자라고 꽃이 피며 새들이 날았습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이 대지에 인간이 나타나 서로 사랑을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지구는 아름답게 완성되어졌습니다.






그랬습니다. 지구의 탄생부터 현재에 이르는 모든 역사, 그 생생한 역사의 현장이 아이슬란드에 응축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슬란드 여행은 한 편의 대 서사시를 읽는 듯한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은 아이슬란드 관광청에서 확인 한 바 링로드를 타고 전국을 일주하는 첫 한국인 단체라는 사실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을 안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대만족을 할 것이라는 자신감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 만족도를 훨씬 뛰어 넘는 바람에 같이 한 일행들에게 강한 컴플레인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9일만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것입니다. 보름, 아니 한달 이상 이곳에 머물게 일정을 늘려달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여름마다 이곳에서 살게 해달라는 절규(?)도 들어야만 했습니다.






남한과 비슷한 땅덩어리를 갖고 있는 아이슬란드, 그 작은 땅 안에 지구가 가질 수 있는 모든 아름다움은 다 갖추고 있었습니다. 만년설이 덮인 웅장한 산세와 빙하에 감탄하다보면 이름 모를 야생화가 흐드러진 화사한 벌판이 나오고, 이어서 짙푸른 초원이 그림 같은 광경을 연출해 냈습니다. 게다가 스산한 바람에 누런 풀잎이 파르르 떨리는 황야가 펼쳐졌습니다. 아이슬란드에는 사계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아이슬란드는 정말 드라마틱했습니다. 온 세상을 다 태워버릴 듯이 지글지글 끓고 있는 화산지역에서 퍽퍽 솟아오르는 뜨거운 간헐천이 있는가 하면 지축을 흔들며 내리 꽂히는 웅장한 폭포들이 즐비했습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용암이 덮어버린 죽음의 땅 사막이 한없이 펼쳐지다가도 이내 냇물이 흐르는 꽃밭이 나오고 아름다운 피요르드가 가슴 가득 벅찬 울림을 전해옵니다. 학창시절 지리수업 시간에 배운 모든 지형이 아이슬란드에 집중되어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그 드라마틱한 아름다움 때문에 아이슬란드 여행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가장 유명한 여행지 블루라군이 초라하게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나를 흥분시켜 잠시나마 본분을 망각하게 만든 곳은 ‘라바지역’이었습니다.






라바지역은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어버린 대지를 일컫습니다. 화산 폭발과 함께 꾸역꾸역 밀고 내려와 온 대지를 뒤덮은 용암이 그대로 굳어버린 모습은 너무나도 생경하여 흡사 괴물과도 같은 형상이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깨어나 꾸물꾸물 움직일 것만 같은 괴물들 말입니다. 그 괴물 같은 용암이 뒤덮은 지역은 그야말로 죽음의 땅이 되었습니다. 모든 생명체가 일시에 멸종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용암위로 ‘모스’라고 불리는 이끼가 달라붙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스를 기반으로 작은 꽃이 피어나고 풀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라바지역은 죽음의 땅이자 새로운 생명의 땅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아이슬란드 전체 면적의 20% 이상을 뒤덮고 있는 거대한 빙하 또한 주체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특히나 작년에 폭발하여 유럽의 항공대란을 초래했던 검은 화산재가 빙하위에 쌓여 있는 모습은 장관 중의 장관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누구나 쉽게 갈 수 있는 여행지가 아닙니다.

지리적인 면에서도 그렇지만 살인적인 물가로 인한 비싼 여행경비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이슬란드의 여행적기는 고작 7,8월 두 달이기에 모든 호텔과 식당, 버스 회사 등이 두 달을 벌어서 1년을 먹고 살아야 하기에 그만큼 터무니없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여행매니아라면 아이슬란드는 반드시, 꼭 가야할 곳입니다. 올해는 8월에 한 팀이 더 출발 하는 것으로 여행시즌이 종료되니 내년 여름을 기약해야 합니다.

멋진 사진을 원하거나, 아름다운 그림을 원한다면, 아니면 음악적 또는 문학적 영감을 얻고자 한다면 주저 말고 아이슬란드로 가십시오. 그곳에 꿈꾸던 모든 것이 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