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경찬의 여행편지2011. 10. 10. 06:00




지난 7월, 아이슬란드 여행을 불과 1주일 앞두고 짧은 외신보도가 날아들었습니다. 지질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아이슬란드 최대의 헤클라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무실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여행을 강행할 것인지 아니면 막대한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취소해야 하는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작년 4월에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인한 항공대란을 경험했던 터라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여졌습니다. 서둘러 아이슬란드 현지 여행사와 관광청에 전화를 걸어 상황파악에 나섰습니다.

그런데 결론은 무척이나 허무했습니다. 우선 현지 여행사의 사장이 전한 말이 기가 막혔습니다. ‘화산 폭발이 임박했다고요? 축하합니다. 만일 진짜 폭발한다면 당신 그룹에게는 최고의 행운입니다.’ 황당했습니다.

아이슬란드 관광청의 당사자는 한 술 더 떴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화산폭발은 옆집 부부가 싸웠다는 소식보다 더 자주 들리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별 걱정을 다 한다는 투였습니다.






결국 화산폭발이 일어난다 하더라도 귀국 항공편을 구하는데 애로사항이 있을지언정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아이슬란드로 향했고, 그 어느 곳보다 환상적인 아이슬란드의 매력에 푹 젖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화산폭발이 어떤 의미인지는 8월에 다시 찾아간 후에야 명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작년 화산재로 인해 항공대란이 일어났을 당시의 상황을 담은 기록 영상물을 보았는데, 고통스러웠으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아이슬란드 전체가 온통 축제분위기였습니다. 마그마가 분출되는 분화구를 앞에 두고 여행자들이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었고, 하늘에는 연신 관광헬기와 경비행기가 떠다녔습니다. 4륜구동 지프차와 스노우모빌 차량이 분화구 주변으로 모여드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유럽 대륙의 고통과는 별개로 아이슬란드에서는 때 아닌 관광특수를 누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작년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화산이 폭발했다는 뉴스가 나오면 미주에서 오는 관광객으로 인해 항공편이 동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황은 지난 4월의 시칠리아 여행에서
도 벌어졌습니다. 여행 상담을 하던 중 가장 많은 질문이 ‘에트나 화산’ 분화구까지 올라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안전하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우려도 현지 이야기와는 정반대입니다.

에트나 화산이 폭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 화산 일대에 교통체증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탈출행렬? 아닙니다. 온 동네 사람들이 석쇠와 프라이팬, 그리고 고기를 싸들고 에트나 화산 주변으로 몰려가기 때문이라는데, 느릿느릿 천천히 흘러내리는 마그마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고기를 구워먹는 진풍경이 연출된다고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에 앞서 책상에 앉아 많은 정보를 챙겨보고 무수한 상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막상 현지에 가보면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자연뿐만 아니라 정치나 경제 문화적인 부분도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군부독재에 시달리는 미얀마에서 ‘아웅산 수지’여사는 민주화의 상징이며 미얀마 국민들의 희망인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가보니 수지여사를 고운 시선으로 보는 현지인들은 극히 적었습니다.

수지여사가 주창하는 정치사상은 미얀마를 3등분하여 각 민족별로 분리독립 시키자는 것이었습니다. 미얀마의 분리는 막대한 지하자원을 탐내는 서구국가들의 이해타산과 맞아떨어져 미국, 영국 등 서방국가들이 그녀를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현지인들의 대체적인 시각이었습니다.

상상과는 다른 현지의 분위기를 여러 차례 경험하면서 나도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확인하기 전에는 섣부른 상상도 하지 말고 알량한 정보를 맹신하지도 말자는 것입니다. 아무리 훌륭한 정보도 현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정확할 수는 없는 법입니다.

직접 가보기 전에는 정말 모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