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 1. 31. 06:00



엊 저녁에 모처럼 아주 맛있는 된장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신문에 '발효식품이 미래 산업이다'라는 기사가 나왔던 기억이 났습니다. 바이오가 앞으로 국가전체의 성장 동력이 될만한 산업이 될텐데 특히 발효식품에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식인 된장, 고추장, 김치등이 모두 발효식품이니 이에 대해 우린 서양인들보다 유리한 입장에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찌개를 먹을 정도의 외국인이라면...


사실 발효식품은 중독성이 강합니다. 맛을 들이기가 쉽지 않아서 그렇지 일단 맛만 들였다하면 끊기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이 외국 여행할 때 현지음식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음식을 자주 찾는 이유도 오랜 세월동안 이 발효식품에 중독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몇몇 미군들도 그랬습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미군들은 한 지역에서 2년간 근무하고, 한번 더 연장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장 4년간 한 주둔지에서 근무하면 다른 나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알았던 미군들은 일본이나 독일등지에서 2년을 채우자마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를 묻자 '음식'때문이랍니다. 된장찌개와 김치찌개가 그리워서 견딜 수 없었다고 합니다. 외국인이 된장찌개와 김치찌개를 즐길 정도라면 이제 한국음식에 영원히 발목 잡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발효식품들은 한국이 첫 방문인 외국인들에겐 쉽지 않은 음식입니다.

한국 음식이 처음임에도 외국인들이 맛있게 먹는 것으로는 단연 불고기, 삼겹살, 돼지갈비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잡채 또한 쉽게 맛을 아는 한국 음식입니다. 파전, 빈대떡 등 전 종류도 처음부터 잘 먹는 음식중의 하나입니다.

한국에 대한 경륜이 조금 쌓여가면 비빔밥도 잘 먹습니다. 사실 비빔밥은 고추장보단 나물 때문에 외국인들이 처음엔 조금 주저하는 것 같습니다. 나물의 밍밍한 맛을 음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물의 중립적인 맛은 강렬한 비빔양념들로 인해 쉽게 묻히면서 외국인들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정도 클래스의 외국인들에겐 순두부도 좋아하는 음식입니다. 약간 매콤하지만 외국도 두부에 대한 웰빙바람이라 잘 먹습니다. 미대사관 옆의 감촌(이름이 정확하진 않습니다)이라는 순두부집은 어떤 날 점심 시간엔 미대사관 직원으로 가득합니다.


쌈에 깃든 음식에 대한 상상력




하지만 재미있어 하기도 하고, 신기해하기도 하고, 감탄하기도 하는 한국 음식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쌈'입니다. 음식이라기 보단 정확히 말하면 먹는 방식이랄 수 있습니다. 쌈에 대한 감탄은 그간 접했던 여러 외국인들에게 공통적인 것이었습니다. 

외국인과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를 함께 먹으면서 상추위에 고기 올려 놓고, 된장 찍은 마늘을 그 위에 얹고, 채썰은 파무침까지 넣은 다음 쌈으로 감싸서 먹는 과정을 보여주면 대부분 '와우!'라는 감탄사와 함께 굉장히 신기해 합니다. 뭐가 그렇게 신기하냐고 물어보면 그 과정이 너무 재미있으면서 기발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서양음식들은 좀 단조로운 편입니다. 서양요리 전문가들이 보면 무식하다고 하시겠지만 제가 보기엔 서양음식은 그냥 고기는 굽는 것 하나입니다. 나머진 소스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음식 이름이 달라질 뿐입니다. 결국 서양음식은 주재료인 고기 음식이 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소스 음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채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생채소 썰어 놓고, 거기에 샐러드오일 얹어주면 그만입니다.(물론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서양인들은 고기 따로, 채소 따로 먹는 음식만 접해봤을 뿐 우리의 쌈처럼 고기와 야채가 함께 어우러지는 음식은 좀처럼 만날 수 없으니 신기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입니다. 음식에 관해서는 서양보단 동양인들의 상상력이 아무래도 더 풍부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쌈을 싸먹으면 된장이나 고추장 맛도 감춰지기 때문에 외국인들도 이런 발효식품들에 보다 쉽게 도전할 수 있게 됩니다. 조금 과장해서 이렇게 은근슬쩍 중독시켜 놓으면 언젠가 한국음식이 세계의 식탁을 차지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여기에 TIP 하나.

쌈이라고 다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 향이 강한 것은 못 먹는 외국인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게 깻잎입니다. 깻잎 먹는 수준이 되려면 거의 김치찌개 먹는 수준까지 되어야 합니다. 가장 무난한 건 역시 상추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