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0. 12. 10. 12:06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개막식에서 미얀마가 입장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던 미얀마 국기가 아니었습니다. 분명 빨간 바탕이었는데 기수가 들고 나온 것은 마치 유럽처럼 3색의 가로줄 국기였습니다.

확인차 조사해보니 지난 10월에 바뀌었답니다. 바뀐건 국기뿐이 아니었습니다. 정식 국명까지 달라져 있습니다. ‘미얀마연방’에서 ‘미얀마연방공화국’으로 개명했습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국기를 바꾸는 건 엄청나게 큰 일입니다. 더구나 국명을 바꾸는 건 더더욱 큰 일입니다. 나라의 근간을 흔들만한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국기와 국명은 불변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그건 한나라의 정체성과 정통성이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바뀐 이유가 더 기가 막힙니다.

점성술때문이란 것입니다. 물론 미얀마의 공식 입장은 아닙니다. 하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군사정권의 최고 지도자인 탄슈웨가 점성술사의 조언을 듣고 국기와 국명을 바꾸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대대로 점성술사의 점괘에 따라 국가를 통치해온 것으로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탄슈웨 장군은 특히 ‘점성술 신봉자’로 2005년 엔 막대한 국고를 낭비하면서 수도를 양곤에서 밀림 지대의 네피도로 이전했는데 이 또한 점성술사의 말을 듣고 감행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또 ‘점성술사의 예견’에 따라 정책 실행일과 화폐단위를 정하기도 했고, 지난해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는 점괘에 따라 행선지를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그의 이런 전과로 보아 국기와 국명 변경이 점성술 때문이라는 미얀마 국민들의 추측이 전혀 무리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한달 남은 20년만의 총선을 앞두고 점성술사가 ‘선거를 이기려면 국기와 국명을 바꾸는 게 좋겠다’는 조언을 했던 것 같습니다.

많은 여행지 중 미얀마는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곳입니다. 바간과 같은 불교 유적지나 인레호수 같은 아름다운 자연도 좋지만 무엇보다 미얀마인들의 소박함과 친절함이 여행자들을 늘 포근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미얀마 지도부가 점성술이 아닌 국민에 의지하는 정책을 폄으로써 미얀마 국민들의 수줍은 미소가 당당한 함박웃음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  군부독재에 짓밟히기엔 미얀마인들의 백만불짜리 미소가 너무나 아깝고, 안타깝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