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 4. 12. 06:03


 

여행 가방을 꾸릴 땐 책도 한두권 들어가기 마련입니다. 오늘은 여행길에 읽기 좋은 좀 특이한 여행서를 한권 소개할까 합니다. 나온지 제법 오래되었으니 읽으신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짐 로저스의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라는 책입니다. 직역하면 ‘자본가의 모험’ 정도로 제목은 좀 뻣뻣합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짐 로저스라는 세계적인 재벌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그는 재벌답게 특수 제작한 노란색 벤츠를 타고 오로지 육로로만 3년에 걸쳐 116개국, 24만5천km를 달려 이 책을 내놨습니다.

일반적인 여행서가 화려한 사진과 함께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담을 주로 담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저자가 세계 각국을 여행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세계와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싣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경제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작가는 경제학에서 나오는 전문용어를 단 한 개도 쓰지 않고 세계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 콕 집어내는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습니다.

 

혹 짐 로저스를 모르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귀재인 조지 소로스는 잘 아실 겁니다. 짐 로저스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투자계의 전설인 ‘퀀텀펀드’의 공동 설립자입니다. 특히 상품 투자에 관해서는 가히 레전드라 할만한 투자계의 거물입니다.

세계 각국에 주식, 화폐, 원자재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벌어 들였지만 짐 로저스의 원래 꿈은 오토바이를 타고 세계를 한바퀴 도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돌연 은퇴를 선언하고 90년도에 이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그리고 오로지 오토바이로만 22개월동안 52개국을 혼자서 일주 합니다. 그는 이 여행 후 ‘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를 펴냈습니다. 그는 이 여행에서 10만km 넘게 오토바이를 탔는데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이 여행 후 짐 로저스는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여행병이 치료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10년 후 다시 약혼녀와 함께 이번엔 자동차로 세계를 한바퀴 돌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입니다. 그는 1999년1월1일 아이슬란드에서 출발, 유럽과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국, 한국, 일본을 방문했고, 다시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유럽을 종단한 뒤 아프리카를 완전히 한 바퀴 돌았습니다. 그리고 중동과 남부 아시아를 여행한 뒤 오세아니아 대륙을 거쳐 남미 최남단에서 북미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미국을 횡단해 2002년1월5일 뉴욕의 집에 도착함으로써 대장정을 마감했습니다.

재벌답게 그의 여행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모로코에서 모리타니아로 넘어갈 때는 도저히 육로로 갈 방법이 없자 화물선을 통째로 전세내 벤츠를 싣고 건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호화 여행을 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는 육로만을 고집했기 때문에 수많은 날들을 캠핑해야 했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굶주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 여행을 하는 동안 15개의 내전 지역을 지났으니 가히 목숨 건 모험 여행이라 할 만 합니다.


 

그는 여행을 통해 세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 살펴

본 후 일찌감치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의 강세를 예견했습니다. 그리고 여행 후 이에 대한 투자를 감행, 막대한 돈을 벌어 들였습니다. 그는 여행중에는 그 나라의 경제계 인사들과 정치인들을 만나 의견을 나누고, 즉석에서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짐 로저스는 한국에선 약 2주 동안 머물렀습니다. 중국에서 배에 차를 싣고 인천으로 들어왔는
데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비자를 내주지 않는 한국 정부의 관료주의에 진저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없지만 기록을 찾아보니 한국에선 서울, 부산, 경주를 들렀고, 특이하게도 이천과 안동도 방문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가면 꼭 개고기를 먹어 보고 싶었다는데 부산에서 드디어 소원을 풀었다고 합니다. 그의 개고기에 대한 감상은 무척 맛있었지만 미국에 돌아가서도 먹게 될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종이컵에 담아주는 번데기도 사먹었는데 그 즙이 정말 맛있었다며 '월가의 인디애나 존스'다운 평을 남겼습니다. 

그는 한국 여행 중 즉석에서 주식에 투자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남아선호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공원에 소풍 나온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한국은 51대49라는 세계의 남녀평균비율과 달리 120대100이라는 점을 알아냈습니다. 이 결과 10년 후 한국사회는 여성파워가 비약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고 즉석에서 피임약 회사에 투자, 짭짤한 재미를 보았습니다. 

 

 

여성이 남성을 고르는 사회가 되면 이혼율도 급격히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피임약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 판단한

것입니다.

약 4주간의 일본 여행에 대한 기록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고령화와 출산율 저하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 숨막힐 듯한 각종 규제와 관료주의로 인해 일본은 절망적인 상황에 빠질 것이며, 뚜렷한 대책을 찾기도 힘들 것이라고 비관했습니다.


그는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 확신하고, 딸들에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아예 싱가포르로 거주지를 옮겨 버렸습니다.

짐 로저스는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기 때문에 돈을 벌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돈을 벌 순 없을지 몰라도 이 책을 읽으면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