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프랑스의 레 보 드 프로방스(Les Baux-de-Provence)라는 마을에 가면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장소가 있다. 바로 까리에르 드 루미에르(Carrières de Lumières)라고 불리는 ‘빛의 채석장’이다.
이제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인터넷에 ‘빛의 채석장’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많은 후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이곳을 기획한 프랑스의 미디어아트 회사 컬처 스페이스는 우리나라의 제주도에도 이와 유사한 ‘빛의 벙커’를 열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레 보 드 프로방스는 1935년 지역 경제의 수입원이었던 채석장이 문을 닫은 이후 인구가 급감했다. 그런데 이 폐쇄된 채석장 동굴에 2012년 ‘몰입형 미디어아트’라는 개념을 도입한 ‘빛의 채석장’이 들어서면서 한 해 약 60만 명이 찾는 관광도시로 부활했다.
전시 방식은 넓은 채석장 공간의 벽면, 군데군데 남아있는 기둥들, 바닥 전면을 캔버스 삼아 수백 대의 빔 프로젝터로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비추고, 그에 어울리는 음악과 화면의 움직임을 가미한다. 이 공간에 들어가 있으면 ‘몰입형 미디어아트’가 어떤 뜻인지 별다른 설명 없이도 단 번에 이해하게 된다.
또 다른 특징은 해마다 다른 작가를 지정해서 주제를 달리한다는 점이다. 문을 연 첫 해인 2012년 고갱과 반 고흐를 시작으로 모네, 르누아르, 샤갈, 클림트, 미켈란젤로, 라파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보쉬, 피카소 등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예술가들을 거쳤고, 2019년 다시 반 고흐로 돌아와 계속해서 많은 여행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2020년의 주제는 바로 안토니 가우디와 살바도르 달리다. 특히 안토니 가우디를 선정한 점이 특이하다. 지금까지 선정됐던 작가들은 모두 화가였는데, 건축가인 가우디의 작품들을 어떻게 채석장 공간에 풀어낼지 궁금하다.
우리 여행사에서는 레 보 드 프로방스에 빛의 채석장이 문을 연 이후 남프랑스 여행에서 꾸준히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
나는 2015년 가을 남프랑스 인솔 당시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4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때 그 공간에 서있었던 느낌이 잊히지 않는다. 차갑고 황막하기만 한 채석장 공간이 예술 하나로 얼마나 따뜻하게 바뀔 수 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던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매년 봄, 가을로 떠나는 남프랑스 10일 여행, 테마세이투어의 인기 상품인 만큼 내년에도 많은 분들이 방문하여 그 행복감을 느껴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박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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