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0. 10. 29. 07:00


중국 곤명의 서산에는 험한 바위절벽을 깎아서 만든 용문석굴이 있습니다. 청조말기의 한 도인이 수행의 일환으로 바위를 파내기 시작한 이래 70명의 석공들이 13년간 오직 밧줄에 매달려 손으로 파낸 석굴입니다.

이 석굴을 통과하면서 한 무리의 한국 여행팀을 만났습니다. 그 팀의 가이드가 이 석굴의 유래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고 있는데, 한 여행객이 퉁명스럽게 한마디를 내뱉습니다.

‘이런 공사는 중국 공산당이니까 가능한거야. 강제동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런 험한 공사를 하겠어? 하여간 공산당 놈들은 무서워.’ 

가이드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이 굴은 청나라시대에 도인이 수행의 일환으로 파기 시작한…’

하지만 그 여행자가 다시 말을 가로막았습니다. 

‘중국 공산당들이 도인들까지 강제동원한거야?’


중세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은 아랍왕조가 지배하는 기간 동안 경제적으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코르도바의 메스키타 등 대규모 건축물 공사가 진행되면서 유태인의 자본이 유입되고, 건축기사나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에게 지급된 후한 임금 등으로 인해 경제가 크게 활성화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대체적인 반응은 한결 같습니다.

‘이처럼 큰 건물을 지으려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을까?’ 


요르단이나 시리아, 이란 등 중동지역에 관한 선입관도 여전합니다. 이들 지역은 비교적 사계절이 뚜렷하고 겨울에는 영하권에 근접할 정도로 추위가 엄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중동은 ‘열사(熱沙)의 무더운 나라’ 라는 인식을 좀처럼 깨려고 하지 않습니다. '아프리카는 덥다'는 인식 또한 직접 방문을 하고 나서도 좀처럼 바뀌지 않습니다. 

여행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는 선입관과 편견입니다. 이를 깨지 않고는 무엇을 보아도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모든 현상을 여행자 자신의 기본인식에 꿰맞추려고 하다보면 자꾸만 자의적(恣意的) 해석이 첨가되어 엉뚱한 방향의 인식이 전개되기 십상입니다.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단 내가 아는 것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어야 합니다. 유적지나 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 또는 다른 방향의 견해를 애초부터 차단해버리는 편협한 사고는 여행자의 최고의 적입니다. 아는 것을 확인하러 가는 것보다 몰랐던 사실을 알러 가는 것이 더 흥분되지 않습니까?
 
위의 예처럼 '중국은 공산당이다'라거나 '중동은 덥다'라는 따위의 절대불분의 인식을 안고 여행을 떠난다면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는 만큼만 보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편견과 선입견에서 탈피하여 좀 더 유연한 사고를 지닐 때 모르는 것도 보일 것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