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0. 11. 12. 07:00



나라 전체가 오지나 다름없는 라오스.
그 중 메콩강을 따라 이틀동안 이어진 뱃길여행은 넉넉한 사색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질곡의 역사를 품은 채 도도하게 흘러가는 메콩강은 앞으로도 영원의 시간동안 변함 없이 흘러갈 것만 같았습니다.


그렇게 메콩강을 따라 내려가다가 몽족과 까무족 등 소수민족의 마을들을 방문했습니다. 그곳은 시간을 정지시킨 채 과거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맨발의 아이들, 같은 공간에서 돼지, 닭, 개 등과 엉켜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험준한 산과 강물에 갇힌 그들은 공간뿐만 아니라 시간과 사고(思考)까지도 세상과 단절되어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정말 열악하고 힘든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마을을 돌아본다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아픈 일이지만 불시에 찾아온 우리들을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맑은 눈과 순박한 미소는 아픈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여행을 함께 한 일행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소수민족 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오가기 시작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 마을들을 바꾸고 개선시킬 것인가를 생각해 내려고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허름한 학교를 방문하여 학용품을 전달하면서도 이곳의 아이들에게만은 이 가난과 슬픔이 대물림되지 않기를 기도했습니다. 귀국하면 월드비전에 좀 더 많은 기부금을 내야겠다는 결심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모순되게도 가슴 한구석에서는  전혀 상반된 바램이 일었습니다. 이곳이 지금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바램 말입니다. 

고백하건대, 오지 여행 중에는 이와 같이 지극히 이기적인 감정이 수시로 들게 됩니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 우로스섬에서 갈대로 만든 배 대신에 모터보트를 타고 다니는 원주민을 만났을 때 왜 배신감이 드는지, 티베트의 유목민 텐트에 놓여진 TV가 눈에 거슬리는 이유는 또 무엇인지, 세렝게티의 초원에 등장한 자전거를 탄 마사이족을 보면서 '이곳도 망가져가는구나'라고 쉽게 단정짓게 되고, 심지어는 인도 바라나시에 즐비했던 거지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든 것이 내심 섭섭한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오지마을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생활환경에 가슴 가득 슬픔과 동정심이 일어나지만, 동시에 변함 없이 그대로 있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 여행자의 못된 이기심일 것입니다. 

오지마을엔 아련한 추억 속으로 사라진 30-40년 전의 모습들이 참으로 많이 존재합니다. 그곳에서는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점이 오지마을 방문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결국 우리는 '잃어버린 것'을 정말 잃어버리게 될까봐 오지가 오지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젠 오지여행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오지에서 더 이상 '잃어버린 것'만을 찾으려고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뜻입니다. 언젠가는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 반드시 '잃어버리게 될 것'을 서둘러 미리 보러 가는 것이 오지여행임을 라오스 여행에서 깨달았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