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0. 11. 27. 10:55



일본인들이 여행지에서 한국인들을 피해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인들이 너무 시끄럽고 예의가 없어서 창피하다는 것입니다. 동양인의 국적을 구분 못하는 서양인들에게 도매금으로 취급당하기 싫다는 심산일 것입니다.

한국인을 구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시끄러운데를 찾으면 된다고 할 정도였으니 정말 장소 가리지 않고 좀 심하게 떠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여행 캐리어가 쌓이면서 국제 에티켓이 몸에 배이기 시작했고, 그 오명은 이제 막 해외여행길에 나선 중국인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엔 한국인들이 되도록이면 여행지에서 중국인들을 피해다니려 합니다.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인들이 너무 시끄럽고 무례해서 창피하고, 그런 중국인으로 오해받을까봐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쉐라톤 호텔 로비에서 축구하는 아이들

남아공의 케이프타운에 쉐라톤 호텔이 있습니다. 제가 묵었던 각국의 쉐라톤 호텔중에서 단연 첫손 꼽을만큼 정말 고급호텔입니다.
몇년전 이곳에 체크인 하러 들어갔더니 조용해야할 호텔 로비가 난장판이 되어 있었습니다. 로비 전체가 중국인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는데 이들의 체크인 과정이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족히 100여명은 됨직한 단체여행객들이었는데 인솔자가 방배정을 하면서 키를 나눠주는데 여행자들은 한곳에서 기다리지 않고 호텔내의 매장을 어슬렁거리고 다녔습니다. 그러자 인솔자가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호텔 전체가 찌렁찌렁 울릴 정도로 장씨를 불러 간신히 키를 줬더니 이번엔 이씨가 매장 속으로 사라지고 없습니다. 그럼 더 큰 목소리로 이씨를 찾는 식입니다. 전체에게  다 키를 나눠줄때까지 이 악다구니가 반복되었습니다.

우리보다 먼저 체크인하기 위해 와 있던 독일인들은 이 광경을 보면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이게 웬일인가 싶은 멍한 눈으로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인들로 인해 앉을 곳도 없어 서서 말입니다. 우리 일행 역시 아무 소리도 못하고 어서 이 소동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광경에 담배라도 한대 태우려고 복도를 빠져 나오는데 거기엔 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6-7명의 중국 아이들이 종이를 뭉쳐 축구를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위 '소황제'들입니다. 그 고급 호텔에서 고래 고래 소리지르면서 아이들이 종이공을 찬답시고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는데 이를 말리는 중국 어른들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정말 수없이 여행다니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이었습니다. 

덕택에 좋은 방을 얻긴 했지만...

암튼 중국인들이 체크인을 마치고 로비가 다시 조용해지는데는 거의 한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쉐라톤 호텔 프런트 직원들도 한바탕 전쟁을 치룬듯 혼이 쏙 빠져 있었습니다.
독일인들이나 우리들이나 체크인 해달라 하지도 못하고 그냥 가만히 쳐다보고만 있었더니 불쑥 정신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책임자가 급히 웰컴드링크를 준비하고, 우리한테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호텔측에선 우리 일행들에게 모두 바다가 보이는 시뷰로 방을 내주었습니다. 

중국인들과의 마찰은 다음날 케이프타운의 명소인 테이블마운틴에서도 계속되었습니다. 그곳에 케이블카로 오르면 테이블마운틴과 케이프타운이 조각된 조형물이 있고, 대개는 이 주위에 모여 이 조형물을 지도 삼아 가이드의 설명을 듣게 됩니다. 한 팀이 듣는 동안 다른 팀은 잠시 기다리는게 예의요, 불문율입니다.
그런데 우리팀이 먼저 자리를 잡고 설명을 듣고 있는 도중인데도 늦게 온 중국팀이 막무가내로 밀치고 들어왔습니다. 우리 일행은 어이 없었지만 이미 피하는게 상책이란 점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순순히 물러나 주었습니다. 

요즘 중국인들은 경제가 발전하면서 정말 무지막지한 규모로 해외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몇년전만해도 전세계 어딜가나 일본인들이 보였으나 요즘은 중국인들 천지입니다. 아직은 경제적 부유층들만이 여행을 다니고 있는 만큼 여행도 상당히 고급스럽게 합니다.

하지만 '중국인은 시끄럽고 예의가 없다'라는 오명은 우리가 그랬듯 중국인들도 벗어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입니다. 돈이 갑자기 많아졌다고 문화가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한 나라의 문화란 그 나라 국민 개개인의 행위와 관습, 경험, 의식등이 켜켜이 쌓여져 굳어진 것입니다. 이건 돈으로 살 수도 없고,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는 일도 결코 일어나지 않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