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11. 28. 06:00




지난달 휴가로 가족들과 함께 필리핀 보라카이를 다녀왔습니다. 일정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공항에 도착, 저녁식사를 위해 주변의 한식당을 찾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식당 직원이 다가오더니 '무엇을 드실 것인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여행사와 가이드이름부터 물어왔습니다. 난 패키지 투어가 아니라서 가이드 없이 왔다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식당 직원은 우리에게 구석진 자리를 안내해주며, 식사를 한시간만에 마치고 나가달라고 했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그 이유를 묻자 한 시간 후에는 단체가 많아서 가이드가 동행한 팀이 아니면 이곳에서 식사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뭐 이런 식당이 다 있나 싶어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고, 너무 북적이는 곳에서 식사하는 것도 싫어 결국 근처의 다른 필리핀식당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렇게 현지식을 먹고 있는데 몇몇 한국인들이 이 필리핀 식당으로 들어와 맥주와 안주를 주문했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어디선가 다급히 그들의 가이드가 나타나더니 여기 있지 말고 빨리 공항으로 가야 한다고 재촉해 댔습니다. 

그들은 비행기 시간이 3시간이나 남았는데 왜 그리 급히 가야 하느냐고 묻자, 가이드는 지금 미리 줄서지 않으면 공항이 문을 닫아서 들어갈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손님들은 하나 둘 자리를 떠났고, 그들을 위해 열심히 음식준비를 하던 가게주인은 몹시 난처해 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보고만 있었는데, 그때 식당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그 가이드의 말을 듣고선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주섬주섬 짐을 싸더니 문도 열지 않은 공항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긴 줄에 합류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고 우리 가족은 비행시간에 맞추어 공항에 들어가니 한쪽에 45분 전까지만 입장하면 된다는 팻말이 떡하니 서있었습니다. 그리고 검색대를 지나 수많은 사람들이 북적이는 로비에 들어서니, 아니나 다를까 이곳저곳에서 가이드를 욕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몇몇은 가이드가 집에 빨리가기 위해 공항에 몰아넣었다고도 하고, 좀 전에 내가 있던 식당에 잠시 들렀던 사람들은 커미션을 받지 못하는 다른 현지식당이 장사 못하게 하려고 일찍 줄 세워놨던 거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듣자니 5시간 전부터 줄 세워 놓고 가이드는 그냥 가버렸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공항 로비는 졸지에 가이드와 여행사에 대한 성토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어이없는 소동을 보면서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언제까지 저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건지 한숨부터 푹 나왔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