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11. 21. 06:00


어떤 특정 지역에 여행자가 몰리면 대개는 경제적으로 윤택해지게 됩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 여행지의 성격이 완전히 바뀌거나 아니면 오히려 현지민들의 생활이 고통스러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얼마 전 인솔 나갔던 중국 운남성의 샹그릴라는 ‘이상향’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조용하고, 사람들은 순박한 동네였습니다.

하지만 방문객들이 급격히 늘면서 집도 드문드문하던 샹그릴라엔 거의 모든 관광지마다 대형 쇼핑센터가 들어서 있었습니다. 그것도 명소로 들어가기 위한 출입구를 겸하고 있어서 피해갈래야 갈 도리도 없게 만드는 영악함을 부리고 있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수줍은 미소로 야크차를 내주던 민가들도 이젠 노골적으로 뒷돈을 요구하니 그 순박함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야말로 이상향은 타락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마음속의 해와 달’을 찾아 샹그릴라를 찾는 발길이 언젠가는 뚝 끊어질 것이라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명청 시대의 가옥들이 가득해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 했던 여강도 참 많은 것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많았던 외국여행자에 이젠 중국 내국인들까지 대거 뒤섞이면서 여강은 시장 바닥을 연상케 했습니다. 여기에 낮이고 밤이고 간에 상인들이 틀어놓은 시끄러운 음악은 더 이상 고즈넉한 여강을 기대할 수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상인이야 돈이라도 벌겠지만 대대로 이 기와집을 지키며 조용히 살아온 일반적인 여강 사람들은 하루종일 이어지는 이 소음이 분명 고통스러울 것입니다.

약간 경우가 다르지만 이탈리아의 베니스도 이런 예중 하나입니다.





얼마 전 ‘베니스를 찾는 전세계의 여행자들이 베니스를 죽이고 있다’는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관광산업이 베니스의 주요 수입원이 되면서 도시의 모든 기반시설과 사회적 시스템이 관광객에게 맞춰지다보니 정작 베니스인들은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고 도시를 떠나고 있다는 게 기사의 내용입니다.

예를 들어 주택 주변엔 온통 기념품과 명품 가게들뿐이어서 베니스인들은 식료품과 일상용품을 사기 위해선 수상버스를 타고 제법 먼길을 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여강과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관광객들이 내는 소음도 도시를 떠나게 하는 요인입니다. 실제로 베니스 인구는 50년 전 약 17만 명에서 현재는 6만 여명으로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여행지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은 당장은 이익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스스로 잡아먹는 꼴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탐욕으로 스스로를 망가뜨리지 말고 절제된 개발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여행지가 될 수는 없을까요...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