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10. 31. 06:00

규벤씨는 100% 터키인입니다. 그는 가이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경력 20년의 베테랑 중 베테랑입니다. 그 뿐 아닙니다. 그는 독어, 영어는 물론 한국어까지 능통합니다. 아니 능통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터키어 수준으로 합니다.

이런 출중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그는 세계 각국의 여행자들을 두루 경험한 경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의 박학다식함과 자국에 대한 자부심은 여행업계에선 이미 정평이 나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전세계인들에게 터키를 알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터키의 각 여행지들을 누비고 있습니다.  

이런 베테랑 가이드가 보는 세계의 여행자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그가 경험한 일본 관광객들은 병아리가 어미닭을 따라가듯이 일렬로 자박자박 걸어다닌다고 합니다. 버스 안에서나 밖에서도 질문은 없지만 일단 가이드가 하는 말은 무조건 메모를 한다고 합니다. 가이드로선 농담을 해도 진지하게 메모만 해댈 뿐 아무런 반응이 없으니 맥이 빠지기 일쑤입니다. 

여행 중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불만을 내타내지 않고 그저 '감사했다' '훌륭했다'는 칭찬만 하는 것도 일본인의 특징입니다. 하지만 일단 귀국 후에는 불만사항을 한가득 적어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하니 일본인들의 양면성이 여행에서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예상했던 대로 시끄러워서 견딜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가이드가 아무리 마이크를 잡고 목에 힘을 줘도 가이드의 설명은 소음사이로 묻혀버리고 만다는 것입니다. 중국인을 만나면 기사들이 귀에 솜을 틀어막고 버스에 오른다고 할 정도입니다. 

중국인들이 시끄럽다는 점은 그 누가 보더라도 마찬가지인 모양입니다.

의외로 최고의 요주의 인물들이자 여행업계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스라엘인들입니다. 그들은 배낭여행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악명 높은 못된 손버릇이 문제입니다. 호텔에 비치된 일반 비품은 물론이고 침대 시트, 카페트, 심지어는 소형 텔레비젼까지 가방 속에 넣어간다는 것입니다. 들켜도 매우 뻔뻔한 게 그들이라는 게 규벤씨의 얘기입니다. 

가이드도 가이드지만 버스 기사가 가장 싫어하는 관광객은 아랍인들이라고 합니다. 가장 지저분한 사람들이 그들이니 일단 버스에 타면 버스 시트와 커텐에 이것저것 오물을 묻혀놓고 버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입니다. 

버스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기사들에겐 그야말로 자식 같은 버스가 상처 입는 것을 보고도 가만히 있어야할 상황일테니 무척 괴로울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이드에게 최악의 관광객은 영국과 미국인이라고 합니다. 




영국사람들은 일단 태도에서 대체적으로 거만함이 풍겨 나온다는 것입니다. 매사에 깔보는 듯한 자세로 대하니 가이드들이 좋아할 리가 없습니다.

더욱 심한 것은 미국인들의 태도라고 했습니다. 일단 차에 타면 가이드가 설명을 시작하자마자 책을 펴들고 비교를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곤 틀리면 책에는 이렇게 나와있는데 왜 가이드는 저렇게 설명하느냐고 따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일단 아무리 해박하고 똑똑한 가이드라고 해도 하나 둘씩 따지고 들어가면 가이드는 점점 위축될 수밖에 없겠지요. 그래서 미국인을 맡게 되면 여행을 시작한 첫날부터 끝날 날만을 기다린다고 했습니다.

또한 스페인과 이탈리아인은 남부 유럽인의 기질답게 설명을 충실히 듣지는 않지만 가이드와 어우러져 흥을 돋군다고 합니다. 하루 하루가 축제 분위기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너무나 친하게 같이 어우러져 여행을 하지만 헤어질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예 인사도 안하고 훌쩍 떠나버려 황당하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어떠냐는 대답에 규벤씨는 빙그레 미소지었습니다. 이제 자신은 다른 나라사람들은 가이드하고 싶지 않고 오직 한국인들하고만 가이드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한국사람들은 화를 잘내기는 하지만 항상 헤어질 때 가슴에 짙은 여운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혹시 한국인인 내가 물어봐서 그런 정치적인(?) 발언을 한 것은 아닐까하는 약간의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차례 함께 일을 하면서 규벤씨의 가슴에 남겨진건 한국인들의 정(情)이었음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