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가는 항공을 예약하고 호텔을 찾아보고 일정을 체크하는 등 오랜만에 확정된 호주 아웃백 여행으로 테마세이투어 직원들은 한동안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호주는 나에겐 늘 두근거림의 대상입니다. 왜냐하면 처음으로 가방 하나만 짊어지고 타지에서 혼자 살아보겠노라고 간 곳이 호주였기 때문입니다. 돈도 아는 것도 정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뭘 믿고 그렇게 무모할 정도로 용감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쑥스럽기만 합니다.
호주 동부의 브리즈번에서 생활하던 어느 날 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보고 있는데 에어즈락이 나왔습니다. 그리곤 일주일 만에 짐을 꾸렸습니다. 나도 세상의 중심에 서서 ‘나의 꿈이 무엇이냐’고 외치고 싶었습니다. 그러면 왠지 답이 나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가난한 여행자였습니다. 바로 에어즈락으로 가진 못하고 그나마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알바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앨리스 스프링스에 발을 딛었을 때는 호주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시내는 걸어서 20분이면 다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작았고 늘 보았던 하얀 피부의 호주인들과는 전혀 다르게 생긴, 까만 피부색을 가진 사람들이 이곳저곳에 우루루 몰려 있었습니다. 백인들에 내몰려 이곳까지 온 호주 원주민인 애버리진들이었습니다.
이들에 대한 첫 인상은 극히 좋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순진해 보이지만 밤이 되면 완전히 다른 사람들로 돌변했기 때문입니다.
술에 취해 차를 부수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밤에 요란한 소리가 나길래 그 쪽을 보니 한 남자 원주민이 웃통을 벗은 여자 원주민의 머리채를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정복자들에게 밀려난 울분 때문일까요? 애버리진의 내면에는 화가 가득 차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평소 그렇게 싫어하던 애버리진들과 친구가 되는 특별한 날이 있었습니다. 새해를 혼자 맞는 게 너무 싫어 무작정 자전거를 끌고 시내로 나갔습니다.
교회 앞의 작은 공원엔 수많은 애버리진들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새해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하늘 위로 폭죽이 펑펑 터지면서 새해가 되었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앨리스 스프링스에서 넉달간 맥도널드와 음식점에서 일한 덕에 드디어 여행경비가 마련됐습니다. 그리고는 꿈에도 그리던 에어즈락 앞에 섰습니다.
하지만 끝내 세상의 중심인 에어즈락에서 내 꿈을 외칠 수는 없었습니다.
넉달동안 나는 애버리진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그들에 의해 에어즈락이 오르면 안되는 그들의 성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존중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호주 여행 준비를 하면서 가장 살기 좋은 시드니도, 세계적인 절경으로 꼽히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도 아닌, 호주 원주민들의 지금 삶이 무엇보다 궁금합니다. 2년이 지난 지금 내 에버리진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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