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2. 4. 16. 06:00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나의 첫 배낭여행은 완전 실패였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얼결에 떠난 유럽 배낭이었습니다. 다른 준비물은 꼼꼼히 잘 챙겼지만, 정작 배경지식이라는 중요한 준비물은 챙길 시간이 없었습니다. 여행 내내 답답함에 가슴을 쳐야 했습니다.

그래도 그게 큰 교훈이 됐습니다. 그 후로 여행을 떠나기 전엔 꼭 그 나라를 무대로 한 영화나 책을 보며 문화나 생활양식에 관한 배경지식을 쌓으려 애썼습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이 좋은 점은 내가 가려는 나라에 대해 애정도 함께 커진다는 것입니다.


테마세이투어 입사 후 첫 출장으로 중국 운남성을 배정받았습니다. 이번엔 무슨 책으로 중국을 이해해볼까 하다가 예전부터 꼭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미뤄오던 ‘삼국지’를 잡았습니다.

물론 현대 중국을 이해하기엔 다소 거리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행 전 그 문화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이문열의 10권짜리 삼국지를 독파했습니다.

삼국지를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천하를 얻기 위해 베지 않으면 베이는 난세의 상황에서도 대의를 중시하는 영웅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위나라의 조조는 오나라의 손책이 급작스럽게 죽으면서 절호의 기회를 맞았지만 국상중인 나라와 전쟁을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싸움을 미루었습니다. 피치 못해 목을 베게 될 경우에도 진심어린 애도를 표하는 그들의 넓은 그릇도 감탄을 일으켰습니다. 조조가 원소의 묘에 가서 통곡을 하던 장면 같은 경우입니다.

이번에 여행하게 될 운남성이 맹획의 땅이었음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남만 정벌에 나선 제갈공명이 마음으로부터 복종을 얻고자 맹획을 7번 풀어주고, 7번 잡았다는 칠종칠금(七縱七擒)의 고사가 만들어진 바로 그 무대였습니다.

오늘 날 중국은 급속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더불어 세계 양강이 됐습니다. 반면, 제품과 먹거리에선 짝퉁이 판치고, 위구르와 티벳에선 소수민족에 대한 억압으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으며, 최근엔 우리의 이어도를 영토분쟁 대상으로 삼으려 하고 있습니다. 요즘 이에 관한 보도가 잇따르면서 나에겐 후자의 중국이 더 가깝게 다가옵니다.

이번 여행에선 이런 부정적인 중국이 아닌, 삼국지에서 보았던 예를 지키고 의를 중시하던 멋진 중국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권가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