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과달루페 성당.

아마 가톨릭 신자라면 대부분 언젠가 이곳을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꿈일 것입니다. 로마 교황청이 공식 인정한 포르투갈의 파티마, 프랑스의 루르드와 함께 가톨릭 3대 기적의 성당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과달루페는 충분히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갈색 마리아.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검은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를 가진 아메리카 인디오 마리아가 발현한 장소가 바로 과달루페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중에 성모 마리아는 백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신의 피조물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마리아의 피부색을 나눈다는 것은 사실 무의미한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흰 피부에 흰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의 모습만 봐온지라 갈색 마리아 얘기는 비 가톨릭 신자인 나 역시 과달루페 여행을 손꼽아 기다리게 했습니다.







노란색 지붕의 건물이 원래의 과달루페 성당입니다. 하지만 지반 침하 현상으로 안전성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워낙 많은 순례객이 찾아오는 지라 이를 수용하기에는 너무 비좁아 새로운 성당의 건립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바로 옆에 새로운 과달루페 성당을 지었습니다. 1976년에 완공했는데 1만여 명이 동시에 미사를 볼 수 있습니다.







1709년에 완공된 원래의 과달루페 성당은 직접 보면 심각할 정도로 기울기가 기울어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보다도 기울기가 더 심하다하니 사실 언제 무너질지 모릅니다.







이곳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것은 1531년 12월12일입니다. 후안 디에고라는 남루한 인디오 농부 앞에서 입니다. 스페인의 정복자나 스페인의 주교 앞이 아닌 보잘 것 없는 농부에게 발현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낮은 곳으로 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달루페 성당 앞의 광장입니다. 얼마전 12월12일의 성모축일엔 이 광장에 무려 500만 명이 넘는 가톨릭 신자들이 찾았습니다. 멕시코인들에게 과달루페의 성모 마리아는 종교 그 이상입니다. 그야말로 국가적인 상징입니다. 12월12일은 국경일로 지정되어 있기도 합니다.







광장 끝엔 잉카문명과 스페인 양식이 혼합된 독특한 시계탑이 서 있습니다. 



 



새로 지은 과달루페 성당 내부입니다. 많은 순례자들이 경건하게 미사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성모 마리아는 푸른 망토를 걸치고 나타나 후안 디에고에게 "너희들의 슬픔을 위로 하러 왔다" 며 "너희 주교에게 일러 이곳에 성당을 지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주교는 이 말을 믿지 않고 증거를 요구했습니다.







이에 성모 마리아는 한겨울임에도 주교의 고향에서만 나는 장미를 후안 디에고가 걸친 틸마(멕시코인들의 겉옷)에 싸서 증거로 보냈습니다. 주교가 틸마를 풀자 장미와 함께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새겨져 나타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바로 이 그림입니다. 틸마에 새겨진 성모 마리아는 인디오처럼 검은 머리에 거무잡잡한 피부였으며, 키는 1m45cm 였습니다.

이 그림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1979년 미국의 과학자들이 나섰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물감이 지구상에는 없는 성분이었으며, 붓질한 흔적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성모 마리아의 눈을 2,500배 확대해보니 틸마를 풀었을 당시의 모습과 그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 모습까지 나타났습니다.

거의 500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도 성모 마리아의 그림은 색상이 조금도 변질되거나 바래지 않고 그 모습 그대로라고 합니다.







성당 밖에서도 신실한 기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기도하는 사람들 옆을 지나 원래의 과달루페 성당으로 가보았습니다.







그 높은 명성에 비해 내부는 소박헸는데 그럼으로써 오히려 더 경건해 보였습니다.







성모 마리아의 기적 이후 멕시코의 가톨릭 신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지금 멕시코의 가톨릭 신자수는 인구의 85% 이상입니다. 어떤 방식으로 조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연구에 따르면 멕시코인들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신앙심이 돈독하다고 합니다. 신앙심을 어떤 척도로 잰다는 게 영 미덥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많이 기울긴 한 모양입니다. 실내를 걷다 보면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게 되기도 합니다.







성당 밖에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비 가톨릭 신자들에게도 큰 존경을 받았던 바로 전의 교황입니다.

바오르 2세가 교황이 된 후 맨 처음 찾은 해외 성지가 과달루페였으며, 이후에도 4번이나 이곳을 방문했습니다. 동상 뒤쪽에 서 있는 버스는 바오르 2세가 멕시코 시티에서 타던 차량입니다.







이제 성모 마리아가 나타난 장소로 갑니다.







성모 마리아는 과달루페 성당 뒤쪽의 작은 동산에 발현하셨고, 그 자리엔 아담한 기념교회가 서 있습니다.







올라가는 길엔 푸른 망토를 걸친 검은 마리아가 인디오들의 경배를 받는 장면이 조각되어 있습니다.







이 성당내에도 검은 마리아의 그림이 걸려 있습니다.












지대가 높은 만큼 과달루페 성당의 전체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멕시코엔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과달루페의 성모님을 믿지 않는다면 진정한 멕시코 인이라고 할 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과달루페가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뜻입니다.







멕시코는 1810년 본국인 스페인에 대항하여 독립을 시도하였습니다. 이 때 독립전쟁을 이끌던 미구엘 이달고가 상징으로 내세운 게 바로 과달루페의 성모가 그려진 깃발이었습니다. 이 깃발 아래 멕시코인들은 하나로 뭉쳤고 결국 독립을 이루어 냈습니다. 그후 과달루페의 성모는 멕시코의 국가적인 상징이 되었습니다.







과달루페 성당외에도 자그마한 성당들이 여러개 있었습니다.







성당을 빠져 나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어 가보니 과달루페를 찾은 신자들이 한 신부가 뿌려주는 성수를 맞기 위해 줄을 서 있었습니다.







과달루페란 '뱀의 머리를 짓밟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이 때의 뱀은 마야의 쿠쿨칸과 아즈텍의 케찰코아틀, 즉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깃털달린 뱀'을 말합니다.

과달루페의 성모 마리아 발현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가톨릭 전파를 위해 조작된 것이 아니냐는 것입니다. 사실 과달루페란 말의 뜻을 보면 그런 의심을 가질만도 합니다. 기존의 널리 퍼져있던 전통 신앙을 짓밟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성모 그림의 진위 여부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는 짓 같습니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결국 신앙의 문제이니 말입니다. 

나오는 길의 노점상에서 파는 최고의 기념품도 과달루페 성모 그림이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