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개인적으로 박물관 구경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보존을 잘 한 화석같은 느낌이 늘 들기 때문입니다. 그보단 비록 황량하고, 다 스러져가더라도 원래의 자리에 있는 유적이 생생한 느낌이 들어 훨씬 더 좋습니다. 

하지만 멕시코의 국립인류학 박물관은 나의 이런 편견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특히 관람객의 편의를 위한 박물관의 순 기능적 측면만 놓고 본다면 루브르나 대영박물관보다 멕시코의 인류학 박물관이  한 수 위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는 문화적으로도 낮춰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국립인류학 박물관을 보게 되면 멕시코의 그 높은 문화 수준에 대해 누구나 경외심을 갖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우선 이 단순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분수가 방문자들을 맞아 줍니다. 마야 유적지로 유명한 유카탄 반도의 팔렝케에 있는 '생명의 나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고 합니다.







1964년 문을 연 국립인류학 박물관은 멕시코의 저명한 건축가인 Pedro Ramirez Vazquez 가 설계했습니다. 인디오 주거양식과 현대 건축 양식을 혼합해 1, 2층으로 만들었습니다.

1층은 선사시대부터 아즈텍 문명까지의 유적을 모아 놓은 12개의 전시실이 있고, 2층은 멕시코 전역의 민족사를 담은 10개의 전시실이 있습니다.







국립인류학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유물은 대략 60만 여점입니다. 이 방대한 보물을 제대로 보려면 하루 꼬박 잡아도 어림없습니다.

우선 아즈텍 문명관부터 가보았습니다.







찬란한 아즈텍 문명을 꽃피웠던 테노치티틀란입니다. 스페인은 이곳을 정복한 후 저 호수를 메워 문명을 지우고 멕시코 시티를 건설했습니다.







그나마 아즈텍이 현대와 가장 가까운 시기의 문명인 덕택인 듯 아즈텍 문명관의 전시품이 가장 풍성했습니다.







치첸이사와 관련된 글에서 말했듯 마야든, 아즈텍이든 이 문명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진 것은 별로 없습니다. 정복자와 함께 들어온 가톨릭 주교와 선교사들이 이단의 유물이라 하여 거의 모든 기록을 닥치는대로 불살러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남미의 많은 문명들이 더욱 더 신비로워 지긴 했지만 자료가 부족한지라 국립인류학 박물관의 설명문도 대개 간단했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아즈텍의 달력인 '태양의 돌'입니다. 이들은 이미 1년을 365일로 정확히 계산하고 있었으며, 이 달력을 기초로 농사도 짓고, 제사도 지냈습니다.

아즈텍인들은 인간의 역사가 4번의 태양의 시기를 거쳐, 지금은 제5태양 시대인데 멸망을 늦추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인간의 심장을 태양에 바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핏 이스터섬의 무거운 돌모자를 쓰고 있는 모아이 상과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즈텍의 대지의 여신이자 죽음의 여신인 코아틀리쿠에의 모습입니다. 살아 있는 뱀이 꿈틀거리는 뱀치마를 입었습니다. 

아즈텍인들은 세계의 지속을 위해 전쟁과 죽음을 매우 중시했습니다. 죽음을 통해 새로운 생명과 세계가 열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관장하는 신이 바로 코아틀리쿠에였습니다. 마치 인도의 시바신을 보는 듯 합니다. 







테오티우아칸 유적관입니다.












테오티우아칸의 케찰코아틀 신전에 가져온 유적입니다. 케찰코아틀은 '깃털달린 뱀'이라는 뜻의 농경의 신이기도 하고, 900년대 톨텍 왕국의 제2대 왕이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는 부족사이에 반목이 생기자 갑자기 동방의 해안으로 사라졌는데 1519년에 돌아온다는 전설이 아즈텍인들 사이에 전해져 왔습니다. 이 전설로 인해 스페인의 정복자 코르테즈를 케찰코아틀 왕으로 오해, 결국 아즈텍이 멸망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는 얘기는 유명합니다. 






















테오티우아칸 유적관에도 멕시코에서만 볼 수 있는 고대 유물이 가득하지만 그 정체에 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마야 유적관의 인신 공양 때 심장을 올려 놓던 차크몰입니다. 태양을 향해 동쪽을 바라보는 차크몰의 무심한 표정이 섬짓해 보입니다. 












처음엔 그림으로 알았던 마야의 문자입니다. 이 문자들을 해독해가면서 조금씩 마야 문명의 실체를 알아가고 있지만 전모를 파악하기에는 자료가 역시 태부족입니다.







마야 시대의 유물엔 유독 차크몰이 많습니다. 얼마나 많은 인신공양이 있었던 것일까요?

 







마야 신전을 통째로 가져왔습니다.






















치첸이사 유적에서 보았던 펠로타 경기장의 골대입니다. 저 구멍속에 공을 넣는 경기였다는 데 사실 좀 의아합니다.







멕시코의 국립인류학 박물관이 가장 경이로운 것은 이렇게 각 관마다 야외실을 인접해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규모가 큰 유적도 함께 전시할 수 있습니다. 그럼으로써 당시의 시대상과 유물의 연관관계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맨 위의 왕으로부터 맨 아래의 일반 백성까지 마야 시대의 계급을 나타내는 토우입니다.







이 차크몰의 얼굴 표정은 태양의 기운이 떨어질까봐 걱정하는 듯 합니다.












익숙한 유럽과 동양의 문명에 비해 라틴 아메리카의 문명은 너무나 낯설었기 때문에 토우 하나하나도 무척 신비롭게 느껴졌습니다.

암튼 멕시코시티의 국립인류학 박물관은 멕시코에서 더 나아가 중남미 문화 전체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적인 방문지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