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0. 10. 31. 07:00


0.0005%. 연간 타히티를 찾는 한국인 수치입니다.
5천만 인구중에 단 200여명. 하기야 천국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원래 극히 적은 법이려니….


타히티는 모든 것이 여유로웠습니다.
이는 타히티 여행자가 적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타히티 자체가 서두르거나, 조급해야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히 낙원이라 할만한 리조트에서 편안하게 낮잠을 자거나, 야자수 아래서 책을 읽거나, 아니면 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이는 바다에서 열대어들과 함께 수영을 즐기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타히티엔 오히려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해 가는 곳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행이란 말조차도 타히티에선 걸리적 거릴 뿐입니다. 

우리가 흔히 타히티라 하지만 실상 하이라이트는 타히티가 아니라 모레아와 보라보라라는 주변의 섬입니다. 
모레아는 영화 올드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뮤지컬 영화 ‘남태평양’에서 ‘발리 하이’로 그려진 곳입니다. 산호 섬 특유의 옥빛 바다와 화산섬 특유의 깎아지른 벼랑의 모습은 영화에서 본 ‘발리 하이’ 그대로입니다.
 

모레아의 전체 모습을 보기 위해 오른 벨베데레 전망대는 각종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아름다운 오푸노후만과 쿡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데 특히 환초띠에 따라 물색깔이 제각기 달라지는 산호섬의 모습은 정말 신비롭기만 합니다.

그리고 별. 아마 앞으로도 모레아의 별밤은 좀처럼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감히 이집트의 백사막과 비교할만 곳은 이곳뿐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타히티에서 240㎞ 떨어진 보라보라는 타히티 여행에서 단연 최고였습니다. 사실 보라보라를 보기 위해 타히티를 여행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보라보라’라는 독특한 이름은 원주민 언어로 ‘어둠 속에서 솟아났다’라는 뜻입니다. 약 3백 만 년 전 해저폭발로 섬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런 무시무시한 탄생과 달리 보라보라는 섬주변을 동그랗게 에워싸고 있는 환초들과 청록색의 물색깔, 석호 특유의 순백색 모래와 따뜻하고 얕은 물등 태평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많은 사람들이 주저없이 꼽고 있는 곳입니다. 이런 모습들은 타히티에서 자그마한 프로펠러기를 타고 보라보라에 접근하다 보면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아담한 보라보라 공항에 내리니 숙소인 르 메르디앙 리조트에서 배를 보내왔습니다. 공항과 호텔이 위치한 환초가 다른지라 이곳에선 배가 유일한 교통수단입니다. 리조트로 가는 배의 선원들이 민속악기인 우쿨렐레를 연주하며 불러주는 타히티안 노래들이 주변의 풍경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약 30여분만에 리조트에 도착하니 그림엽서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열대섬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열대림으로 뒤덮인 뾰족한 화산, 눈부실 정도로 흰 모래, 곳곳에 해먹을 걸쳐놓은 야자수, 물고기를 맨손으로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투명하디 투명한 바닷물, 그리고 바다 위에 세워진 방갈로들….

선셋크루즈등 일정을 모두 마치고 혼자 밤늦게 라군에서 수영을 즐겼습니다. 그리고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해먹에 누워 별바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결심을 했습니다. 은퇴하면 이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 달간 있겠노라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