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0. 11. 24. 07:00



오랜 세월동안 '길'은 나에게 일종의 화두였습니다. 항상 길을 걸어왔었고, 길을 걷고 있으면서도 난 또 다른 길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차마고도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길을 묻는다면 주저하지 않고 차마고도를 가리킬 것입니다. 
 

리장에서 라싸까지 이어지는 2,000㎞의 대장정, 해발고도 4,000-5,000m를 오르내리는 이 길은 단순한 길이 아니었습니다. 그 길에는 수 천년의 세월동안 이어져온 인간의 삶과 노동의 역사가 얼룩진 길이었고, 내세를 향한 처절한 구도의 길이었으며, 강이 굽이치면 같이 굽이돌고 산이 높으면 산길을 돌고 돌아 끊임없이 이어지는 생명의 길이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길은 스스로 경이로운 예술이 되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리장에서 샹그릴라를 거쳐 더친, 옌징, 마캄을 거치는 길은 장엄하다못해 숨이 막히는 험난한 길이었습니다. 황량하기 짝이 없는 거친 협곡을 따라 여러 갈래의 마방길들은 마치 선을 그어놓은 것처럼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이따금 나타나는 진샤강과 란창강의 누런 황톳물은 세월을 희롱하듯 느릿느릿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옌징, 여인네들의 혹독한 노동의 대가로 한(恨)의 결정체인 소금이 생산되는 곳, 이곳에 이르러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가혹한 노동보다 더 가슴을 아리게 만든 것은 그녀들의 순박한 미소였습니다.

 

그렇다고 차마고도가 마냥 황량하기만 한 곳은 아니었습니다. 파소와 포미, 빠이에 이르는 길은 감히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는 찬사를 보내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우리의 장도를 호위하듯 버티고 서있는 설산(雪山)들이 시야에서 떠나지 않았고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 양과 야크떼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목가적인 초원, 추수를 마친 농가의 건초더미로 쏟아지는  따사로운 햇살 등이 단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런가하면 어느덧 5,000m에 육박하는 거칠고 드라마틱한 산을 넘고, 짙푸른 강과 아름다운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차마고도… 변화무쌍하고 드라마틱한 이 길을 달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벅찬 일이었지만 거기에 화려한 단풍이 보너스로 더해져 격정적인 감동을 주체하기 힘들게 했습니다.






우려했던 고산증세는 그 누구에게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리장에서부터 서서히 고도를 높여나간 작전이 주효했던 듯 합니다. 결국 17명 우리 모두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라싸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차마고도는 내 추천여행지의 1순위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추천 정도가 아니라 등을 떠밀어서라도 함께 하고 싶어집니다. 

 

내 눈은 벌써 내년 봄의 차마고도로 향해있습니다. 붉은 진달래가 차마고도를 뒤덮고 야생화가 흐드러질 그곳은 새로운 색채로 다시 한번 내 가슴을 뒤흔들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