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0. 11. 5. 07:00



휑하게 뚫린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서있는 모아이 석상들 사이로 바람이 붑니다. 납작 엎드린 누런 풀들이 바람에 일렁이고, 쉼 없이 밀려와 바위에 부딪쳐 부서지는 파도는 모아이의 눈빛만큼이나 무심합니다. 


무원고립의 외로운 섬 이스터, 온통 수수께끼 투성이의 이 섬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온 몸에 감겨오는 스산함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곳에 발을 디딘 이유가 그 황량함과 쓸쓸함을 즐기기 위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막상 모아이석상을 마주 하고 서는 순간, 이스터섬에 오기 전에 읽었던 여러 책들, 분석기사들, 그리고 가이드의 설명… 이 모든 것들이 부질없게 느껴졌습니다. 그저 바람결에 실려 오는 아득한 전설에 귀를 기울이고 모아이와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그만이었습니다. 그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허공을 응시한 모아이의 눈이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 일행들도 같은 생각인지 아무런 질문도 던지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 흩어져 모아이석상 주변을 천천히 배회하고 풀밭에 앉아 모아이처럼 허공을 응시하곤 했습니다. 

이스터섬은 절대고립의 세상입니다. 그래서 이스터에서는 모든 것이 각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날갯짓을 쉬고 있는 새한마리도 이스터 섬을 떠나는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단 날갯짓을 시작하면 육지까지 3,700km, 가장 가까운 섬까지 1,700km를 쉬지 않고 날아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망망대해 태평양의 한 가운데 점으로 존재하는 이스터섬, 그곳에 존재하는 것은 바람과 모아이뿐이었지만, 우리 일행들 또한 개개인이 각별한 의미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이스터섬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원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모아이들… 왠지 나도 그 옆에 서서 같은 모습으로 허공을 응시해야만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