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세이투어 생각2010. 12. 15. 06:30



최근 거세져가고 있는 문화재 반환 요구


최근 프랑스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로 문화재 반환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습니다. 얼마전엔 G20을 계기로 일본이 우리나라에 ‘조선왕실의궤’를 포함한 문화재 1,000점을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우리뿐 아니라 그간 유적을 강탈당한 나라들은 꾸준히 문화재 반환을 국제사회에 요구해왔습니다.
올 4월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한국을 비롯, 그리스, 중국, 인도 등 식민지배를 겪으면서 문화재를 약탈당했던 20여개국이 모여 유물 반환을 위한 국제적인 여론 조성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습니다. 

이런 국제적인 움직임 덕에 몇가지 성과가 있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예일대학이 보유한 맞추피추 관련 유물 4,000여점을 페루에 반환하기로 했습니다. 또 미국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투탕카멘 무덤에서 발굴한 자그마한 스핑크스 동상 등 19점을 이집트에 돌려주기로 했습니다.
영국도 이런 움직임에 맞추어 이집트에 구석기 시대 유물 2만5천여점을 반환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나라가 중국입니다. 

중국은 빼앗긴 문화재를 되찾기 위해 역사와 문화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진 이른바 ‘보물 사냥팀’을 구성, 미국과 유럽 전역에 흩어져 있는 자국 유물들의 현황을 조사하고 그 습득과정의 합법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미국과 함께 G2로 불릴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국이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성과는 미미합니다. 

그만큼 문화재 반환은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반환키로 한 페루나 이집트 유물도 양국이 보유한 전체량에 비해선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뿐더러 크게 가치가 있는 유물도 아닙니다.

강탈국이 문화재 반환을 거부하는 이유

문화재 반환과 관련된 국제규약은 1970년과 1995년에 채택된 유네스코 협약에 준해 행사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도난 또는 불법 발굴된 문화재'와 '외국 군대의 점령으로 발생하는 강제적인 문화재 반출과 양도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이런 유물은 반환해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협약은 유감스럽게도 오히려 문화재 강탈국이 유물 반환을 거부하는 방패막이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 협약엔 '채택 이전의 문화재 반출에는 소급되지 않는다'는 또 다른 치명적인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강탈국들이 이미 갖고 있는 문화재는 '전혀 반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게 유네스코 협약인 셈입니다. 

다수의 약탈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영국,프랑스가 문화재를 반환하지 않기 위해 둘러대는 또 다른 변명꺼리가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파라오인 람세스 상을 포함, 다수의 이집트 유물을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고대 이집트와 지금의 이집트는 완전히 별개의 나라’라는 이유를 대고 있습니다. 다수의 앗시리아 유적을 간직하고 있는 대영박물관도 ‘지금은 앗시리아가 멸망했기 때문에 반환하고 싶어도 받을 주체가 없다’고 말합니다. 미국 역시 ‘지금의 중국은 명나라와 청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유물을 반환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반환 거부 이유입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반환을 요구받고 있는 외국의 문화재가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엔 실크로드로 유명한 중국 트루판의 아스타나 고분군에서 떼어온 벽화 '복희여와도'와 토기, 인형 등 1,500여점의 유물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약탈해온 문화재는 아닙니다.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라는 승려가 일제시대때 중앙아시아를 돌며 도굴해온 유물들입니다. 원래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소유였다가 우여곡절끝에 해방 후 일부가 '오타니 콜렉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의 국립중앙박물관에 남게 된 것입니다.

중국이 이의 반환을 요청해왔지만 우리는 거절했습니다. '이 유물의 주인은 위구르족으로 지금의 중국 정부가 아니다. 돌려준다 해도 돌려받을 나라가 없다'. 이게 우리나라의 반환 거부 이유였습니다.

우리 문화재를 반환받기 위해 

한 나라의 문화재는 그 나라만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상이 담긴 자부심의 결정체입니다. 때문에 문화재 반환 요구는 한때 무너졌던 한 국가의 자존심과 근간을 다시 세우는 작업이라할 것입니다. 이런 가치를 잘 알기에 강탈국 역시 어떻게든 계속 보유하기 위해 온갖 이유로 반환을 거부하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껏 문화재 반환은 국가간의 도덕이나 양심에 따라 이루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이보단 정치, 경제, 외교적 필요성에 의해 간헐적으로 이루어져 온게 사실입니다. 최근 이집트 유물 반환은 복잡다단한 중동 문제가, 페루 유물반환은 점차 커져가고 있는 중남미 국가의 반미 정서 문제가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역시 문화재를 돌려받기 위해선 국가간의 역학관계 변화를 은밀하면서도 치밀하게 이용해야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중국처럼 우선 우리의 문화재가 어느곳에, 얼만큼이 소장되어 있으며, 어떤 과정으로 유출되었는지 부터 파악하는 게 시급한 선결 과제입니다.

앞으로도 빼앗아간 나라와 다시 찾아오려는 나라 사이에 소리 없는 투쟁은 계속될 것입니다. 우리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갈 수록 문화재를 돌려받을 수 있는 기회도 함께 늘어나겠지만 실제 그 결실을 맺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내야 할 만만치 않은 숙제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