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0. 12. 4. 07:00



러시아가 2018년 월드컵 개최권을 따냈습니다. 2014년 동계 올림픽도 러시아에서 열리니 요즘 기세가 대단합니다.
이런 소식을 들으니 걱정부터 앞섭니다. 그러지 않아도 터무니없다 할만큼 비싼 호텔비가 얼마나 더 뛸 것인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모스크바는 세계에서 호텔비가 가장 비싼 도시로 유명합니다. 영국 여행사 호그 로빈슨 그룹(HRG)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내의 평균 호텔숙박료는 무려 408달러나 되었습니다. 최근 환율로 치면 1박에 무려 47만원이 넘는 액수 입니다.
이어 스위스 제네바가 316달러, 홍콩이 314달러로 각각 2,3위를 차지했고, 그 뒤를 파리, 뉴욕, 워싱턴, 취리히, 아부다비, 스톡홀름, 오슬로가 이었습니다.

물가 높기로 유명한 스위스와 북유럽의 도시들이 호텔비 역시 높은 것은 당연해 보이지만 모스크바의 호텔비가 이렇게나 비싼 것은 이해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이유가 뭘까요?
그건 호텔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한다고요?
그렇지 않습니다.

모스크바의 문제는 여름에는 호텔이 너무 부족하지만 그 외 계절에는 호텔이 남아 돈다는 구조적인, 그리고 아주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사실 모스크바 여행은 여름 한철 뿐입니다. 10월부터 4월까진 눈으로 뒤덮여 있을 정도로 날씨가 춥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여름에만 몰립니다. 그러니 호텔 입장에선 여름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 살아야 합니다. 이 시기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입니다. 웃돈을 주고도 호텔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니 값은 천정부지로 뜁니다. 

그리고 나머지 기간은 거의 텅텅 비다시피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모스크바의 호텔 신축은 거의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연간 합산하면 지금의 전체 객실 규모만으로도 수지타산 맞추는게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객실이 남아도는 겨울에는 호텔비가 파격적으로 내려갈까요?
그게 또 묘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겨울에는 정말 필요한 사람 아니면 모스크바를 찾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또 비싸게 값을 매깁니다. 비싸도 올 사람은 올 수밖에 없다는 심산입니다. 그래서 겨울철에도 모스크바의 호텔비는 여름보단 분명 떨어지지만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이게 바로 모스크바가 세계에서 호텔비가 가장 비싼 이유입니다. 호텔비 비싼 건 모스크바 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다른 도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최근 미국의 외교문서 공개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위키리키스에서 '러시아는 마피아의 나라'라고 한 것 처럼 호텔도 마피아가 모든 통제권을 쥐고 담합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확인할 도리는 없습니다.

암튼 앞으로 러시아 여행가가 풀쩍 뛰게 될 것이라건 불을 보듯 뻔하게 되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