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2. 8. 06:00



지난달 다녀온 11일간의 인도 중서부 여행에선 인도 최대 도시인 뭄바이, 불교 성지 보팔, 아름다운 식민 도시 고아, 말이 따로 필요 없는 아잔타 엘로라 석굴등 인도의 다양한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중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여행지는 단연 함피였습니다. 13-15세기 바자야나가르 왕조의 수도였던 함피는 주로 돌산으로 이루어진 자연풍경도 아름다웠지만 특히 유적은 정말 놀라움 그 자체였습니다.

신들의 사원이라 불리는 헤마쿤타 힐, 가장 규모가 큰 비루퍅사 사원, 지진으로 가라앉은 언더그라운드 사원, 연꽃 궁전으로 불리는 로터스 마할, 최고의 화려함을 자랑하는 빗딸라 사원등 수를 헤아리기 조차 힘들만큼 많은 힌두교 사원들 하나하나가 정말 대단하다고 밖에 표현할 길이 없었습니다.







여기에 인도 고유 명절 전날이라 더욱 시끌벅적했던 재래시장, 지난 영광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듯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긴 여운을 남기며 저물어갔던 말레완타 힐등 다채로움 면에서도 함피는 완벽한 여행지였습니다.

나는 함피를 답사하면서 캄보디아의 앙코르 사원군을 떠올렸습니다. 그만큼 함피가 ‘인류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 평가 받는 앙코르 사원군과 비견될 만큼 엄청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앙코르와트가 너무나 압도적이라 단일 사원만으론 비교 불가입니다. 하지만 그 외의 사원들은 함피가 뒤질게 전혀 없었습니다. 전체 사원 숫자와 건축미의 다양함은 오히려 함피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화려한 조각의 아름다움은 양쪽 모두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하지만 성격은 조금 달랐습니다. 앙코르와트의 긴 회랑과 반테이스레이 사원에서 보듯 앙코르의 섬세함은 이미 정평이 자자합니다. 하지만 앙코르가 돋을새김한 부조 중심이라면 함피는 완벽한 조각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함피의 사원들이 앙코르에 비해 훨씬 생동감 넘치게 느껴졌습니다.






사실 유명세로만 따지면 단연 앙코르입니다. 함피는 찾아가기 힘든 지리적 여건 때문에 그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앙코르를 보았을 땐 “아!!”라는 감탄사를 
억누를 길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함피를 처음 만났을 땐 가슴 밑바닥으로부터의 벅차오름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둘 사이의 감정은 설명하기 어려운 차이가 분명 있긴 한데 엄청난 것을 마주할 때의 감동과 경외심은 분명 같았습니다.

암튼 이번 여행은 최소한 내 개인기준으론 함피 역시 앙코르와 같은 위대함의 반열에 오르게 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