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3. 22. 06:00

캄보디아를 갈 때마다 고민스러운 게 하나 있습니다. 지난달의 앙코르/하롱베이 출장길에도 그랬습니다. 시엠립 공항에 내려선 도착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손님들 여권을 양손 가득 안고 비자 카운터로 향하면서도 난 여전히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내 모습을 본 비자발급 담당직원이 멀리서 무척이나 반가운 표정으로 빨리 오라고 손짓합니다. 남들이 보면 오랜 친구라고 오해할 정도입니다. 카운터로 가까이 가자 그는 능숙한 한국말로 “빨리빨리? 1달러”를 외칩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입니다.

그날따라 그의 말하는 폼새가 너무 능글맞아 보여 더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그 순간 결정했습니다. “
NO!!"

나름 단호하게 답했건만 그의 표정은 조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이제 그가 거부에 대한 보복을 해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체로 비자를 해줄 수는 없어. 줄서서 한명씩 받아”

예상한바 그대로입니다. 황당하지만 캄보디아를 입국할 때마다 늘 겪는 일입니다. 하지만 나름 준비한 것을 믿고 손님들께 여권과 비자서류를 나눠주며 줄을 서서 받아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이미 한국에서 이럴 일에 대비해 입국 서류를 모두 작성해 놓았으니 크게 시간이 걸리진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출입국 관리소 직원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았습니다. 한국에서 미리 작성된 서류는 무효라는 것입니다. 왜 안되냐고 물으니 양식이 바뀌었답니다. 새 양식을 보니 순서만 조금 다를 뿐 내용은 똑같습니다. 하지만 칼자루는 공항직원이 쥐고 있습니다.

이 실갱이 중에도 다른 한국 여행사 팀들은 줄 한번 서지 않고 우루루 무사통과합니다. 1인당 3달러의 뇌물을 주고 입국도장 찍은 여권을 호텔에서 배달받는 서비스(?)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이 캄보디아 출입국 관리소의 횡포는 한국 단체에게만 적용됩니다. 성격 급한 한국인 그룹이 급행료를 지불하면서 이런 관행이 시작되었고, 이후 한국 그룹은 그들의 봉이 된 것입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버텨보고 싶었지만 이쯤에서 나도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직원의 이날 태도로 보아 새로운 서류를 작성해 가봤자 이번엔 모두 대문자로 써야한다면서 다시 퇴짜놓을 게 분명했습니다. 얌전히 1인당 1달러씩 여권에 얹어주니 ‘그럴 줄 알았어’하는 표정으로 입국 도장을 쾅쾅 찍어 줍니다.

책상위에는 3달러짜리 대한민국 여권이 수북했습니다. 여권을 받아 쥔 손이 부끄러웠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