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1. 11. 06:00




우리의 겨울은 아프리카 여행의 적기입니다.
하지만 아직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지리적으로 너무 멀다는 점, 먼 만큼 장기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점, 장기여행이라 경비가 타지역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많이 든다는 점 등이 그 원인이 될 것입니다. 
여기에 한몫 보태는 게 우리가 아프리카에 대해 갖고 있는 막연한 편견들입니다. 

지난 월드컵이 남아공에서 열렸지만 아프리카는 우리에겐 여전히 그 어느 대륙보다 무관심한 지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전세계 어딜가도 쉽게 눈에 띄는 한국의 전자제품과 자동차도 아프리카에 가면 정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기 어렵습니다. 남아공을 제외하곤 한국사람을 만나는 것조차 어렵습니다. 남아공의 바로 위에 붙어 있는 나라인 나미비이에 갔더니 한국 사람은 선교사 포함해 달랑 둘뿐이었습니다. 오히려 간혹 공사장에서 일하는 북한 사람들을 만나기가 더 쉬웠습니다. 


무관심한 만큼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은 더 커갑니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잘못알고 있는 몇가지 점들을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아프리카는 덥다.

아프리카는 엄청나게 덥다는 게 우리가 가장 흔히 갖고 있는 편견일 것입니다. 지난 남아공 월드컵 당시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서 오히려 선수들이 감기에 걸렸다는 보도를 보고 의아해 하는 분들도 계셨을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기온을 좀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하라 사막과 리비아 사막이 있는 아프리카 북부들은 사실 연중 덥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집트를 여름철에 간다면 아마 차에서 내리기가 죽기보다 싫을 것입니다. 정말 사정없이 햇볕이 정수리에 내리 꽂히는 기분입니다. 
나이지리아나 가나, 카메룬, 앙골라, 나미비아 같이 아프리카 대륙 왼쪽의 대서양에 접해 있는 나라들도 무척 덥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남아공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여행하는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에디오피아 같은 나라들은 그리 덥지 않습니다. 어느 철에 가더라도 밤엔 긴팔옷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지리적으로 보면 아프리카 대륙의 남쪽과 중동부 지역에 있는 나라들입니다.
이들 나라들이 덥지 않은 것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나라들은 대개 고도 700m 이상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덕에 아프리카 중동부와 남부 국가들은 겨울은 물론 여름에 가더라도 아침 저녁으론 제법 선선하기도 합니다. 


2. 아프리카는 물가가 싸다.

아프리카는 빈곤국이 많기 때문에 물가가 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니다. 하지만 정말 천만의 말씀입니다. 아프리카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그 비싼 물가에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 어떤 지역은 우리보다도 훨씬 비쌉니다.
월드컵이 열렸던 남아공이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응원을 위해 남아공을 찾았던 붉은악마들도 비싼 물가에 곤혹을 치뤄야 했습니다. 남아공 위의 나미비아는 더 합니다. 나미비아의 수도인 빈트훅에서 여행서적 한권 사려고 서점에 갔더니 거의 4-5만원 정도 했습니다. 

아프리카의 물가가 경제수준에 비해 터무니 없이 비싼 이유가 있습니다. 왠만한 기반 시설들이 모두 유럽인들의 차지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호텔, 좋은 레스토랑, 좋은 상점들은 십중팔구 영국인이나 프랑스인, 혹은 독일인들이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없습니다.
알다시피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은 유럽의 식민지였습니다. 지금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정치적으론 독립하였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여전히 유럽의 지배하에 있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이 유럽인들이 운영하는 호텔과 레스토랑들은 여행자들에게 유럽 프라이스(PRICE)를 요구합니다. 그러니 그 쪽 수준에선 터무니없이 비쌀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일하는 현지 아프리카 종업원들에겐 아프리카 프라이스의 임금을 지불합니다. 참 편하게 장사한다는 생각입니다. 
아프리카의 여행 인프라는 대개 아주 고급스럽거나 아니면 극도로 열악합니다. 중간치가 없으니 여행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유럽 프라이스가 적용되는 고급시설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러니 아프리카의 여행물가는 상상 이상으로 비싸질 수밖에 없습니다.  


3. 아프리카는 지저분하다.

아프리카를 여행하기 위해선 말라리아나 댕기열 같은 여러가지 예방접종이 필수입니다. 예방접종서가 없으면 아예 한국에서 비자를 받을 수가 없습니다. 아프리카를 다루는 뉴스에서도 전염병 얘기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는 어딜가도 지저분하고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인기 여행국가들인 케냐, 탄자니아, 잠비아, 남아공등은 그렇지 않습니다. 나미비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여행지에선 오히려 모기 한마리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예방접종 괜히 하고 왔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래서 아프리카를 처음 여행해보는 사람은 외외로 깔끔함에 놀라게 됩니다.

도로도 생각보단 아스팔트가 꽤 잘 깔려 있습니다. 여기저기 울퉁불퉁 길이 패인 인도에 비해선 정말 양반입니다. 비포장 도로도 많지만 잘 닦여 있기 때문에 그닥 불편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대개 비포장도로도 동물들이 많이 사는 지역에선 동물들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일부러 깔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물론 오지로 들어가면 도로가 엉망이지만 최소한 인기 여행지들은 꽤 말끔하게 단장되어 있습니다.  
물론 안전이 최고이므로 만의 하나를 대비해 예방접종은 당연 필수입니다. 하지만 일부러 케냐의 나이로비나 남아공의 빈민가를 찾아다니거나 오지 밀림으로 들어가지 않을거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4. 아프리카는 온통 사막이다.

이 또한 편견일 뿐입니다. 물론 사하라와 리비아 사막이 있는 아프리카 중북부는 대부분 황량합니다. 나미비아도 대부분 사막지대입니다. 
그와 달리 아프리카 중동부, 남부 국가들은 오히려 사막을 보기 힘듭니다. 이들 국가들은 곳곳이 꽤 푸르름니다. 밀림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원지대입니다. 이 지역이 온통 사막이라면 동물의 왕국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사막화는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케냐, 탄자니아, 남아공, 잠비아 같은 나라들도 사하라같은 불모의 사막이 될지 모릅니다. 사막화는 아프리카에 기아, 물부족 같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직 먼 얘기일 뿐입니다.
케냐, 탄자니아, 남아공 같은 나라들의 여행은 초원의 푸르름과 거의 항상 하게 될 것입니다.



5. 아프리카는 동물의 왕국이다.

아프리카에 가면 아무데서나 코끼리나 기린, 혹은 코뿔소가 불쑥불쑥 나타날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도 도시인들은 동물원에나 가야 동물을 볼 수 있습니다. 한적한 지방도로를 달릴 때도 좀처럼 동물과 마주치기는 어렵습니다. TV에서 보여주는 '동물의 왕국'은 특정지역에 불과할 뿐입니다. '동물의 왕국'은 주로 탄자니아의 세렝게티와 옹고롱고로,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에서 촬영됩니다.
세렝게티나 마사이마라는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국립공원들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동물을 보려면 이런 동물보호구역으로 가야만 합니다. 남아공에선 크루거 국립공원이 대표적입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개 몇개의 지역을 동물보호구역으로 묶어 놓고 이곳에서 집중적으로 동물을 관리합니다. 이런 곳들은 동물을 자동차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일부러 도로포장을 하지 않습니다.
결국 아프리카에서도 동물을 보려면 아무데나가 아니라 짚차를 타고 하루종일은 달려야 하니 쉬운 일은 아닙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