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6. 23. 06:00




그리스 중북부의 작은 산간마을인 메초보에 들어서서 첫 느낌은 수수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체크인 하기 위해 들른 호텔도 지극히 평범했습니다.

시설은 고사하고, 서비스도 뭔가 엉성하기만 했습니다. 알고 보니 데스크는 물론 음식과 청소까지 모두 가족이 맡아 일을 한답니다. 이들은 계속해서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질렀는데 그럴 때 마다 순박한 미소와 함께 미안하다고 말해왔습니다.

호텔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마을 산책에 나섰습니다. 마을의 작은 광장엔 노인들이 모여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었고, 마치 우리 시골마을처럼 메초보의 집들에선 저녁을 하는 연기가 굴뚝에서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이 정겨운 풍경을 뒤로 하고 호텔로 돌아오니 관리인이 식사 후 그리스 전통춤을 보여주어도 되느냐고 물어옵니다. 물론 고맙다며 얼른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식당에는 춤을 출만한 무대도 공간도 없었습니다. 의아함은 곧 풀렸습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그리스 전통의상으로 갈아입은 이 가족이 나타나더니 테이블을 모두 한쪽으로 치우고 공간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음악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습니다. 열살도 안되어 보이는 꼬마들까지 말입니다. 





이들의 춤이 결코 세련되진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일 만큼 경쾌했습니다. 나중엔 이 가족과 함께 우리 일행들이 어울려 그리스 전통 춤판을 벌였는데 무척 흥겨운 시간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들의 지저귐과 함께 산간마을의 아침이 되었습니다. 토요일이라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은 축구장에 모여 열심히 공을 차고 있었습니다. 광장 옆에는 장터가 열려 동네 사람들이 몰려 있었습니다. 붉은 기와지붕을 인 집들의 굴뚝에선 또 다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글로 표현하기 힘든 이 풍경들은 정말 평화롭고 정겨웠습니다.

마을을 떠나기에 앞서 호텔 주인이 포스트카드 몇 장을 건네주었는데 역시 가족들이 엽서의 모델이었습니다. 그리스 전통 의상을 차려입고 한껏 포즈를 잡은 모습이 흡사 유명모델이라 해도 전혀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한쪽에선 또 아이들까지 모든 가족이 나와 가방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역시 엉성함과 몇 번의 실수와 미안하다는 웃음과 함께.

메초보엔 화려함도, 경이로움도, 놀라움도 없었습니다. 대신 그곳엔 따뜻함과 정겨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따뜻함과 정겨움이 그 어떤 것보다 마음속 깊은 울림을 가져다 준 다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배웠습니다.

메초보는 적어도 나에겐 쉽게 잊히지 않는 여행지가 될 것 같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