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길에 연이어져 있습니다. 그것을 알기에 길위에 있을 땐 그 다음길이 궁금해집니다. 길 위에 있는 자가 자꾸만 그 길을 떠나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길 바깥에 있는 자는 이 마력을 알지 못합니다. 길 위에 스스로 올라 설때까지는...

이제 그리스의 고대 문명을 낳았던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떠나 그리스 북쪽의 내륙으로 향해 갑니다. 가는 길은 푸른 바다와 낮은 구릉이 연이어진 멋진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이런 길이라면 종일 달린 다음 더 달려도 좋을 듯 합니다. 




 



펠로폰네소스 반도는 코린트 운하가 뚫리면서 사실상 섬과 다름없습니다. 올림피아에서 북쪽 내륙으로 가기 위해 멋진 리오 안테리오 다리를 건넜습니다.








제법 긴 시간이 걸려 도착한 이오안니나입니다. 이오안니나는 커다란 이오안니나 호수가에 자리한 호반 도시입니다. 인구 7만 명 정도로 그리스 북서부에선 가장 큰 도시입니다.







이오안니나라는 이름이 역사에 등장한 것은 약 1천여 전부터입니다. 1천년이면 웬만한 나라에선 엄청나게 오래된 도시일 겁니다. 하지만 여기는 그리스입니다. 그리스에서 1천년 정도는 그냥 신생 도시축에 속합니다.

암튼 이오안니나는 알리 파샤라는 인물과 떼어놓고는 말할 수 없는 도시입니다. 그가 세운 견고한 요새가 호숫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여행매니아들에게 조차 생소한 이름이지만 1700-1800년대의 이오안니나는 전유럽에 명성을 날리던 무척이나 유명한 도시였습니다.
 
'이오안니나의 라이온'이라는 별명을 가진 알리 파샤라는 인물이 이곳의 지배자가 되면서 이오안니나는 일약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그는 영토를 넓히는데도 힘을 쏟았지만 무엇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각국에서 우수한 학자들을 초빙해왔습니다.  시인 바이런도 그 중 하나였는데 이때의 경험담이 '차일드 헤럴드의 편력'이라는 장편서사시에 잘 그려져 있습니다.







알리 파샤가 이오안니나를 지배했던 시대는 터키 천하였습니다. 그리스 역시 터키가 세운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수중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알리 파샤의 힘이 급속도로 커지자 오스만투르크 제국은 회유책의 일환으로 그에게 '이오안니나의 라이온'이라는 칭호를 내리고 영토를 인정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가 1800년대초에는 영지 소유를 금하게 되었고, 이에 반발한 알리 파샤는 막강한 투르크군에 대항하게 됩니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은 무려 15개월이나 굳건히 버티던 알리 파샤와 협상, 생명과 재산을 보장해주는 조건으로 항복을 받아들였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항복 얼마 후 처형시켜 버렸습니다.












이오안니나는 워낙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이지만 기대보다 훨씬 더 아름다고, 여행하기에 좋은 곳이었습니다.  







특히 배를 타고 들어간 호수안의 작은 섬인 팜포티스 섬을 산책하는 게 가장 즐거웠습니다.

















이오안니나 호수변의 선착장에서 배를 타니 10여분만에 팜포티스 섬의 소박한 마을에 당도했습니다. 












호수를 다니는 배도 이렇게 정감있게 생겼습니다.







팜포티스 섬에 특별한 볼꺼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 골목 저 골목 기웃거리면서 소박한 집들과 가게들을 보는 게 즐거워지는 곳입니다. 












팜포티스 섬안엔 알리 파샤의 기념관도 있습니다.

















이곳에 화려함은 없습니다. 가게도, 집도 소박합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편해집니다.




 



창가에 놓인 화분도 참 정겨워 보입니다. 뭔가 아련한 향수같은 게 느껴집니다.

















어김없이 또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세월이야 늘 빠르게 지나지만 여행길에 나서면 시간이 평소보다 두배는 더 빨리 가는 것 같습니다. 이오안니나 호수변이 노랗게 물들어 갑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