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코스 협곡. 가본 것은 고사하고 이 이름이라도 알고 계신가요? 그렇다면 당신은 분명 여행매니아입니다. 그것도 여행병이 좀 중증일 것입니다. 아마도 거의 불치병 단계일 것입니다.

그만큼 비코스 협곡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리스 중부의 오지에 있어 찾아 가기도 쉽지 않습니다. 대중교통편도 극히 불편해 여행사를 이용하지 않거나 승용차를 렌트하지 않는 한 사실상 비코스 협곡을 가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비코스 협곡은 세계의 여행매니아들 사이에선 이미 절경으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아마도 비경(秘景)이란 단어가 여기만큼 잘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스는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으로만 가득찬 나라라고 생각하는 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좀 더 나아가면 에게해의 산토리니 섬 처럼 낭만 가득한 여행지로 그려질 것입니다.

비코스를 여행하면 그리스가 얼마나 다양한 여행지를 갖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스에서 가장 장엄한 자연 풍경을 보여주는 곳, 그곳이 비코스 협곡입니다. 



 



그리스 본토엔 남북으로 험준한 핀도스 산맥이 놓여 있습니다. 2천m 대의 고봉들이 즐비한 산맥입니다. 핀도스 산맥은 좀 더 크게 보면 서유럽의 알프스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암튼 비코스 협곡은 핀도스 산맥의 넉넉한 산자락에 있으며 많은 협곡과 아름다운 산간마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비코스 협곡을 트레킹 하려면 우선 모노덴드리라는 산간마을로 가야합니다.







집도 교회도 길도 모두 돌로 되어 있습니다.







멀리 장쾌한 협곡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협곡 입구에는 아이아 파라스케비 수도원이 있습니다. 600년 이상된 수도원으로 조용히 기도하기에는 정말로 좋은 곳 같습니다. 수도원의 지붕은 납작한 돌을 켜켜이 접붙여서 이어놓았습니다. 마치 돌로 만든 우리네 너와집을 보는 듯 합니다.  












수도원부터가 아찔한 벼랑위에 세워져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대협곡이 시작됩니다.












협곡을 따라 이런 아슬아슬한 길이 12km나 이어집니다. 이 길을 빨리 걸으면 6시간 정도 걸린다고 하는 데 일반인들의 걸음으론 이보다 훨씬 더 오래 걸릴 듯 했습니다. 수도원에서 안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자 길이 점점 더 아슬아슬해졌고, 무엇보다 뱀이 많아서 전문 산악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아래를 쳐다보면 아찔합니다. 짧은 곳은 400m, 보다 깊은 곳은 1000m 이상의 단애가 계속됩니다.







비코스 협곡은 주로 흰 석회암으로 이루어져 있어 더 웅장해 보입니다.












협곡 완주는 어차피 불가능하고, 비코스 협곡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옥시아 전망대를 가기 위해 다시 모노덴드리 마을로 나왔습니다. 마을 입구의 찻집엔 제법 많은 여행자들이 앉아 차를 마시는 여유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한계령처럼 구불구불합니다.







1997년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깊은 캐년으로 등재되어 있다고 하는 데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랜드캐년이 있으니까요. 암튼 비코스 협곡의 규모가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이 안내판만 봐도 알 것 같습니다.







협곡과 산간마을을 다니려면 작은 차량을 이용해야 합니다.












봄의 비코스는 야생화로 가득합니다. 사진 이상으로 저 좁은 길을 걷는 것이 아찔합니다.







드디어 옥시아 전망대입니다. 산소를 뜻하는 oxygen에서 나왔으니 그만큼 공기가 맑고 산소가 충만한 곳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옥시아 전망대에선 두 갈래로 나눠진 비코스 협곡의 장관을 볼 수 있습니다.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비코스 협곡은 이곳을 흐르는 보이도마티스 강의 침식작용과 산괴의 융기가 혼합돼 만들어졌습니다. 협곡의 총길이만해도 30km가 넘습니다.

















곳곳에 이름 모를 야생화 천지여서 눈이 더욱 즐겁습니다.












산이 깊으니 멋진 계곡이 없을 리 없습니다. 그런데 정말 물색깔이 환상입니다. 너무 맑아 오히려 물고기가 살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비코스의 넉넉한 품안엔 소박하지만 그래서 정겨운,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산간마을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예쁜 계곡과 돌로 만든 오래된 다리들이 삶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다음회엔 비코스의 이런 다채로움을 찾아봅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