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6. 24. 06:00





광장 관리인에게 분수쇼가 열리는지 물어보자 “NO ENGLISH” 랍니다. 거리에서 행인에게 방향을 물어봐도 역시 돌아온 대답은 “NO ENGLISH”입니다.

이후에도 스페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영어가 “NO ENGLISH”입니다. 유럽에서 이렇게 영어가 잘 통하지 않은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유럽에서 영어를 제일 못하는 사람들이라 평가받는 프랑스보다도 훨씬 더 한 듯 합니다. 그야말로 공항과 호텔을 제외하곤 거리에선 거의 영어가 무용지물입니다. 

스페인어가 영어와 어순도, 스펠링도, 발음도 비슷해서 대부분의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쉽게 구사할 것이란 생각은 전혀 틀린 것이었습니다.

돌아와서 자료를 찾아보니 스페인은 유럽에서 영어 실력이 가장 떨어지는 나라라는 통계가 실제로 있었습니다. 스페인보다 영어실력이 못한 나라는 불가리아, 헝가리, 터키등 세나라밖에 없습니다. 심지어는 스타벅스에서 영어로 커피 주문이 불가능한 유일한 나라가 스페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못하는 이유로는 두가지가 꼽힙니다. 

첫째는 1940년대 프랑코 독재 시절 취했던 자국어 보호정책입니다. 이후 스페인의 모든 방송과 극장에서 영어가 사라졌습니다. 어린이 영화가 아닌 어른용 영화조차 스페인어 더빙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정책으로 스페인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할 기회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둘째는 영어를 사용하지 못해도 그 동안 큰 불편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스페인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오히려 전세계에서 언어를 배우러 스페인에 오는 판입니다. 그러니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낄만도 합니다.  

그런데 스페인 사람들이 영어를 못한다고 해서 여행이 크게 불편했던 것은 아닙니다. 길을 물어보든, 무엇을 물어보든 스페인 사람들은 “NO ENGLISH” 라고 일단 다음엔 열정적인 스페인어로 최대한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물론 알아들을 도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진심이 담긴 친절함이 있었고, 그것으로 충분했으며, 여행자들에겐 그것이 더 소중했습니다.

그래서 스페인 사람들의 “NO ENGLISH” 라는 말은 오히려 당당하고 멋져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