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8. 1. 06:00



남프랑스의 마르세이유. 여행 중 강풍으로 이프섬에 들어가는 뱃길이 막히는 바람에 르 토르네 수도원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남프랑스를 여행할 때마다 언젠가 꼭 둘러보고 싶었던 곳이었습니다. 

르 토르네 수도원으로 가는 길은 진입로부터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마치 깊은 산사(山寺)에 칩거 중인 고승을 만나러 가는 양 호젓하게 이어진 숲길을 따라 들어가자 아담하고 고즈넉한 자태의 수도원이 눈앞에 다가섰습니다.




830여년의 세월을 지탱해온 르 토리네 수도원의 외양은 간결함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단아한 모습의 이 석조건물은 금방 내 마음을 사로잡고 말았습니다. 

수도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안은 텅 빈 공간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극도로 절제된 공간에 담긴 시간, 이따금 터져 나오는 방문자들의 나지막한 탄성만이 공명이 되어 존재하는 곳, 이 철저한 비어있음은 묘하게도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작용하여 나로 하여금 두 손을 모으게 만들었습니다. 

회랑으로 나가보았습니다. 아찔했습니다. 그곳은 완벽한 고요와 침묵의 세계였습니다. 길게 늘어선 아치 사이로 스며드는 빛을 머금은 돌바닥에는 빛과 그림자가 절묘한 콘트라스트를 이루어 숨을 죽이게 만들었습니다. 수도사들의 세상은 온통 빛과 그림자로만 존재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 완전한 
세계에 흐르는 고요를 흡입하고 싶
어 모든 여행자들이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아치에 기대 앉아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빛, 어둠, 정적으로 이루어진 구도자들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온 듯 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던 듯한데, 아차 하는 순간에 일행들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부랴부랴 회랑 밖으로 뛰어나가 작은 중정으로 들어섰습니다. 장방형의 중정 위로 보이는 하늘은 지금껏 내가 보아온 하늘 중에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현대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거장 ‘르 코르뷔지에’는 이곳 르 토르네 수도원을 방문하고는 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건축에 문외한인 나 또한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텅 빈 공간이 주는 충만함 때문이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