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9. 2. 06:00




‘NORWAY ATTACKS’

7월말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호텔. 난 로비의 대형모니터에서 나오는 자막에 숨이 턱 막히고 말았습니다. 화면에는 깨진 유리창 사이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건물 아래에는 파편과 잔해, 그리고 오가는 구급차와 피를 흘리는 부상자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5일후에 우리팀이 방문할 노르웨이 오슬로의 모습이었습니다.

곧바로 방으로 올라와 인터넷을 뒤졌습니다. 상세한 정보는 없었지만 오슬로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고, 근교 캠프장에선 총기난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로 꼽히는 노르웨이에서 이런 잔혹한 일이 일어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엔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소행이라던 보도가 반대로 반이슬람 성향의 기독교 극우 민족주의자라고 밝혀지면서 나의 근심은 조금 덜어졌습니다. 외부세력이 아닌 자국의 범인이 이미 체포되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후 오슬로에 도착해보니 중앙역에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건이 있어서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고 가이드가 알려왔습니다. 만약을 위해 안전상 시내를 우선 피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공항에서 외곽도로를 빙빙 돌아 비겔란 조각공원부터 방문했습니다. 다행히 폭발물이 아닌 것으로 곧바로 밝혀졌고, 이후 일정에는 아무 문제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현지상황이 일단락되어 안도하고 있을 무렵 이번엔 한국에서 비보가 날라왔습니다. 전국이 물난리가 났다는 것입니다. 특히 강남 일대의 침수로 우리 팀에서도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일행 중 몇몇 분이 지하에 주차해놓고 온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연락을 받은 것입니다.

테러와 수해, 안팎의 재난으로 여행 분위기는 잠시나마 어수선했습니다. 다행히 피요로드의 아름다움에 빠져 곧 잊히기는 했지만...

하지만 이 두가지 비보를 접한 후 개인적으로는 여행 내내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무엇보다 지극히 평화로운 나라였던 노르웨이의 오슬로 곳곳에 놓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과 촛불은 오랫동안 뇌리에 생채기로 남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