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1. 8. 29. 06:15




K-POP이 정말 우리 신문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처럼 유럽에서 대단한 인기일까?

K-POP 공연을 늘려달라고 시위까지 벌였던 프랑스 출장길에 난 사실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그들에게 K-POP을 아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우선 우리 북프랑스 여행팀을 맡은 한국인 가이드에게 사전조사를 해봤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꽤 오랫동안 살았다는 그는 한마디로 "우리 신문에 난 K-POP 열풍은 조금 과장보도"라고 했습니다. "청소년 층, 그것도 특정 매니아들이나 알고 있는 정도"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선 나이 드신 분들이 어느 정도나 알고 있는 지 집중적으로 물어보았습니다.

1. 첫 질문 대상자는 50대로 보이는 파리의 호텔직원이었습니다. 
“K-POP에 대해 들어봤니?” 라고 묻자 “아니, 처음 들어봤는데?” 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알지도 못하고, 그게 뭔지 궁금하지도 않다는 표정이었습니다.

2. 다음날 파리 도심의 뤽상부르 공원에서 만난 백발의 할머니에게도 물어 보았습니다. 역시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3. 파리 북부의 루앙에서 아침 식사를 마치고 호텔 주차장쪽으로 향하는데 다른 팀의 버스 기사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40대로 보였습니다. "너 한국인야?" "응. 맞아 반가워~" 이런 저런 얘기를 조금 나누다가 얼른 내 궁금증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너 K-POP 들어본 적 있어?" " K-POP ? 그게 뭔데?"




아!... 프랑스 온지 3일이 지나도록 K-POP을 알기는커녕 들어본 적이 있다는 사람조차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말 가이드 말처럼, 우리 언론의 과장보도인가..."

4. 잔뜩 실망하고 있는데 일행중에 한분이 정보를 주셨습니다. 파리의 퐁피두센터에서 액자를 사는데 그곳의 20대로 보이는 직원이 '한국인이냐"고 묻더니 "K-POP을 안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 얘기를 들으니 다시 힘이 났습니다. 그래서 이젠 좀 더 젊은층들에게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5. 프랑스 북부의 아름다운 해안도시 생말로입니다. 이곳에서 여행온 그리스 부자(父子)를 만났습니다. 그리스인이지만 사는 곳은 벨기에라고 합니다.
20대로 보이는 아들은 자기 친구가 벨기에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데 거기서 케이팝을 자주 튼다고 합니다. 그래서 "너도 케이팝 노래 좋아하니?" 라고 물어보니 "그냥 쪼금~" 이라고 답했습니다. "너 친구들은 어떠니?"라고 다시 물으니 "다들 조금씩은 알고 조금씩은 좋아한다"고 합니다. 
유럽에서 우리 케이팝이 열풍이라고 하니 참 신기해서 진짜 그런가 외국인들한테 물어보고 있다고 했더니 이 친구가 "젊은 층들은 대부분 케이팝에 대해 조금씩은 안다"고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자주 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6. 역시 북프랑스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옹플뢰르입니다. 이곳에선 피자집에서 일하는 남자 직원 두명에게 물어보았습니다. 모두 20대초로 보였습니다. 
"케이팝 알아?" 라고 물으니 실망스럽게도 "몰라"라고 답합니다. 그러다가 "일본의 J-pop같은건데?"라고 말하니 "아.. K-POP. 그거 새로운 노래? 라고 반응해왔습니다. 
직원
A는 케이팝을 들어보긴 했는데 잘 알지 못한다고 했고 직원 B는 "난 알아~알아!" 이러면서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소녀시대, 빅뱅, 동방신기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정작 아는 가수들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소녀시대의 GGG를 불러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7.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옹플뢰르의 올시즌호텔에서 일하는 20대의 리셉션 여직원이었습니다. "난 K-POP 팬이야. 내 친구들도 모두 좋아해. 노래가 반복이 많아 따라 부르기 쉽고 음도 좋은 것 같아. 여가수들은 귀엽고, 남가수들은 멋져!” 어떻게 알게 되었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을 통해서 노래도 듣고 동영상도 봤다고 합니다. 가장 확실한  K-POP 팬이었습니다. 

20대에겐 이 정도 확인하고 난 다시 연령층을 높여 보기로 했습니다. 좀 더 큰 기대를 갖고 말이죠.  




8. 다시 파리로 돌아와 몽마르뜨 언덕에서 30대의 흑인 부부를 만났습니다. 갓난 아기와 함께 산책중이었습니다.  
가이드와 마지막 일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고 먼저 물어왔습니다. 자기들끼리 내기를 했다고 합니다. 그 틈에 케이팝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난 원래 음악을 별로 안들어. 물론 K-POP이 뭔지도 모르고” 흑인 아빠의 실망스런 답이었습니다. 

9. 마지막으로 우리의 베스트 드라이버였던 벨기에인 한스에게도 물어보았습니다. 그는 40대입니다. 하지만 그 역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답니다. 

이렇게해서 K-POP 인지도 조사는 끝났습니다.

표본이 워낙 적기는 하지만 대략 유럽에서의 K-POP 현주소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름 조사결과는 열풍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K-POP이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유감스럽게도 30대 이상층에선  K-POP을 아는 사람은 한명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젊은층들은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훨씬 이상으로 K-POP을 많이 알고 있었습니다. 물론 젊은층 역시 열광적이라고 할만한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 문화의 씨앗이 뿌려졌고, 그것이 젊은층 사이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같은 상품이 아닌 한국의 문화가 유럽에서 통한다는 것, 그건 정말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