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1. 10. 26. 06:00


가까이 있음에도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은근히 홀대받는 나라가 있습니다. 대만입니다. 아마도 중국과 겹쳐 보이는 이미지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우리나라 여행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여행지가 있습니다. 대만의 수도인 타이페이에서도 가까이에 있는 지우펀이 그곳입니다.







지우펀이 처음 알려진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꽤 인기가 있었던 대만 영화 ‘비정성시’에 배경으로 등장하면서입니다. 1989년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이 제작한 영화로 그해 베니스국제영화제 대상을 받은 수작입니다.

이 영화는 대만 토착민과 장개석의 본토인들이 충돌하면서 한 시대의 정치 사회 이데올로기에 의해 희생된 한 가족의 비극사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비정성시(悲情城市)는 ‘슬픈 도시’라는 뜻입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슬픈 도시가 바로 지우펀입니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음울한 거리 분위기를 유감없이 보여줬던 지우펀은 이후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인기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원래 지우펀은 아시아 최대의 광석 도시였으나, 채광산업이 시들해지면서 급격히 쇠퇴했다가 영화와 CF의 단골 장소로 등장하면서 다시 활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지우펀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온에어’라는 드라마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2008년 SBS에서 방영된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인 송윤아와 이범수가 차를 마시고, 박용하와 김하늘이 거리를 뛰어 다니는 장면이 지우펀에서 촬영됐습니다. 이후 지우펀은 우리나라 여행자들도 꾸준히 찾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지우펀의 스치루 거리엔 ‘온에어’ 포스터가 붙어 있습니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다보면 영화 속 장소였던 찻집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지우펀은 광석도시답게 가파르게 경사진 골목길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그 골목마다 온갖 먹거리와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이곳의 독특한 거리 풍경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너무나 유명한 애니메이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배경이 되기도 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절망의 거리였지만 지금은 희망과 활기가 넘치는 거리로 바뀐 지우펀, 그 찻집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가져봄도 가을을 맞아 좋을 것 같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