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2. 13. 06:00



지난달의 인도네팔 여행. 네팔에 도착하고 첫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한식당을 찾았습니다. “아니 테마세이투어에서 여행 첫날에 한식을?” 이 여행사를 한번이라도 이용해 보신 분이라면 이런 의아함이 생기실 것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웬만하면 현지식을 고집하는 테마세이투어에서, 그것도 여행 첫날에 한식은 정말 이례적인 일입니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찾은 식당 이름은 ‘빌라 에베레스트’. 게스트하우스와 한식당을 겸하는 곳입니다. 이 식당은 지난해 10월 안나푸르나에서 실종된 산악인 박영석 대장이 초창기에 잠깐 운영하던 곳입니다. 박영석 대장은 이 게스트 하우스에서 히말라야 등반의 꿈을 키워왔고, 후에는 가난한 후배 산악인들에게 쉼터를 제공해 줬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들러 식사를 하는 것으로 그를 추모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다음날 우리는 그가 아직도 몸을 뉘이고 있을 히말라야가 바라보이는 나가르콧으로 갔습니다. 네팔인들에게도 박영석 대장의 실종은 큰 화제였습니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모두 오른 그는 네팔에서도 유명인사였던 것입니다.





일정을 함께 한 네팔 가이드는 “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왜 산악인들은 그 위험한 산에 오르는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걸 누가 알겠습니까? 흔히 말하는 대로 ‘거기에 산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고, 혹자는 ‘상업등반의 폐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히말라야에서 모든 것을 이룬 그가 다시 안나푸르나에 간 것은 원정대를 지원한 기업체의 홍보활동 때문이란 것입니다.

한 언론사의 이런 보도에 산악인들은 발끈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산악계에 대한 책임감과 후배 산악인들에게 귀감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박영석을 안나푸르나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가 실종된 후 너무나 많은 등반가들이 구조에 참가하겠다는 나서는 바람에 대한산악연맹이 골머리를 앓았을 만큼 그는 두루 사랑과 존경을 받는 산악인이었습니다.

다음날 새벽 히말라야에 장엄한 일출이 시작됐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온누리에 번지면서 히말라야의 고봉들도 하나하나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저 햇살이 조금씩 얼음을 녹여 늦어도 올 봄에는 그의 시신이나마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그럼으로써 그를 사랑했던 많은 사람들 곁으로 돌아와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래 보았습니다.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