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2. 5. 8. 06:00

 

가뭄으로 땅과 나무가 말라가고, 기아와 에이즈 로 전세계의 도움이 필요한 나라, 이것이 2009년 에티오피아로 2년간 장기봉사를 떠나기 전 내가 알고 있는 이 나라의 전부였습니다.

 

사실상 에티오피아는 나에겐 아무런 존재감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그러니 무지에 따른 편견이 잔뜩 쌓인 상태였습니다.

 

날씨부터 그랬습니다. 덥기는커녕 우기엔 전기담요가 필요할 정도로 쌀쌀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것은 말할 것도 없었습니다. 봉사하러 간 것이니 당연히 내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제부터 틀렸다는 걸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허둥대는 나를 도운 것은 오히려 그들이었습니다. 음식이 떨어진 나에게 기꺼이 먹을 것을 나눠준 것도, 단수 시간을 몰랐던 나에게 자신이 받은 물을 먼저 쓰라고 내 준 것도 그들이었습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습니다. 물론 내가 갖고 있는 주거환경보다 비교할 수 없이 열악한 그들이었습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마련해 준 집 앞엔 아주 허름한 식당을 운영하는 에티오피아 부부가 있었습니다. 이들은 나와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 후원자들이었습니다. 한번은 너무 딱하기도 하고 , 신세도 갚을 겸해서 설탕과 기름을 사주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사양했습니다. 결국 난 이 친구들의 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오만했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인지 몰랐던 것입니다.

 

나에게 컴퓨터 교육을 받는 공무원들의 당당함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보다 훨씬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손님 대접은 자신들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철저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에 관한 것을 제외하곤 나에게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뭔가를 먹을 때마다 돈을 내는 것은 그들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공무원들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자신들의 발전을 위해 외국에 나가 공부할 기회를 찾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에 있는 2년 동안 나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거나 하물며 물건을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은 정말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본인의 불편함보단 이방인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그들의 순수함을 보면서 정체모를 우월감을 은근히 가졌던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울 따름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와의 소중한 인연이 없었더라면 나 자신의 편견도, 내가 세상속의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도 깨닫지 못했을 것입니다.

 

앞으로의 여행에선 또 얼마나 많은 내 얄팍한 허울과 편견들이 깨어져 나갈까...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