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4. 26. 06:00


동남아를 여행하다보면 늘 난감한 순간이 있습니다.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날 때입니다.

 

지난 미얀마 여행 때의 바간. 재래시장인 냐웅우 마켓을 구경하고 있는데 내 카메라를 보고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왔습니다. 그리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졸랐습니다. 그 중엔 아이들의 엄마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귀여워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었습니다. 사진 속에 담긴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너무 예뻐 현상해서 보내 줄 생각에 주소를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일제히 외쳤습니다.

 

 “원 달러!”

 

사진 모델이 되었으니 돈을 달라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엄마도 마찬가지 요구였습니다.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미얀마에서 만큼은 이런 일이 없었는데...



 

물론 빈곤 국가를 여행하다보면 흔히 일어나는 일입니다. 특히 한국 여행객이 많은 나라일수록 이런 현상이 좀 더 심한 것으로 보입니다. 정이 많은 한국 사람들이 불쌍하다고 쉽게 돈을 주거나 물건을 사더라도 웃돈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상황을 한두 번 만나는 것도 아니건만 매번 어찌해야 할지 참 곤혹스럽습니다.

1달러를 주자니 부작용이 걱정스럽습니다. 이런 식으로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도 않고 아예 거리로 나서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때론 부모가 이 일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1달러가 아이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독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2년간 살아본 경험에 의하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는데 고민이 있습니다. 실제로 관광객들에게 힘들게 호객행위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는 아이들도 부지기수입니다. 공부를 위해 학용품 살 돈을 마련하려고 거리에 나서는 아이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들에게 1달러는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고민 끝에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학용품을 한 박스 사가지고 가는 것입니다. 이번 미얀마에선 지우개였습니다.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사진 모델이 되어주거나 길을 찾아주는 도움을 주었을 때 감사의 의미로 주게 됩니다. 지우개가 필요 없는 아이들에겐 ‘이것으로 뭔가 도움 되는 물건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고 그냥 여겨버립니다.

사실 이렇게 하고도 마음이 편치는 않습니다. 보다 현명한 방법이 있을 듯 한데 그게 뭔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손창용]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