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리포트2012. 7. 5. 06:00

 

프랑스 남부 르 토로네 수도원 가는 길... 버스 안에는 그레고리안 성가대의 장중한 미사곡이 울려 퍼졌습니다. 일행 모두 이 음악을 듣느라 깊은 침묵에 빠진 가운데 차는 깊은 산길을 달렸습니다.

비록 기독교 신자는 아니지만 장엄하고 엄숙하게 들리는 이 음악은 종교를 떠나 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20세기 가장 위대한 건축가로 꼽히는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의 축복’이라고 찬탄해마지 않던 르 토로네 수도원에 도착하였습니다.




아무런 장식이 없어 오히려 그윽한 자태를 뿜어내는 수도원의 외관에 감탄하며 조그만 출입문으로 들어서니 텅 빈 공간에 십자가와 단상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절제의 미학이었습니다. 분명 텅 비어 있는데 왜 느낌은 무언가 꽉 채워져 있는 것 같을까요...

그렇게 예배당에 시선을 멈추고 있는데 옆에는 한 무리의 프랑스인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게 좀 방해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르 토로네 수도원에서 만큼은 완벽하고 고요한 침묵의 세계를 느껴보자고 버스에서 미리 가이드의 설명을 끝낸 터였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피해 서둘러 회랑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빛과 그림자만 존재하는 회랑을 보는 순간 온몸에 전율이 돋았습니다. 르 코르뷔지에가 감탄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구나... 마치 흑백 무성영화를 보는 듯 하는 이 모노톤의 단순한 풍경이 이토록 많은 것을 말할 수 있다니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우리는 중세시대의 수도사가 된 것처럼 적막 속에서 회랑 주위를 맴돌고 맴돌았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요. 어디선가 나지막한 음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만 들어보니 아까 프랑스인들에게 눈총을 주고 나왔던 그 예배당이었습니다. 그 음악에 나도 모르게 이끌려갔습니다. 거기엔 그 프랑스인들이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중세 음악을 대표하던 그레고리안 성가는 무반주 음악이라 장식이 하나도 없는 트 토로네 수도원과 완벽하게 분위기가 맞았습니다. 고요의 아름다움에 취한 우리에게는 세상의 그 어떠한 음악보다 감미롭고 평화로웠습니다.

천사들이 부르는 노래가 이런 것 일까요... 성가이지만 성가 같지 않은 이 멜로디에 약속시간도 잊은 채 푹 빠져버렸습니다.

종교를 떠나 우리 모두에게 큰 감동을 안겨 주었던 르 토로네 수도원에서의 그레고리안 성가는 남프랑스 여행이 가져다 준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손창용]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