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2. 6. 5. 06:00


 

2002 월드컵 때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을 앞두고 난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를 여행중이었습니다.  이곳에선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하나는 하노이에서 가장 큰 백화점의 벽면 전체를 김남주의 대형 브로마이드가 장식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녀는 당시 베트남에서 한류 열풍을 대표하는 여자 연예인이었습니다. 그녀가 광고하는 한국화장품은 일본이나 프랑스 화장품을 제치고 당당히 그 백화점에서 매출 1위를 달렸습니다.

김남주가 여자 연예인을 대표한다면 남자 중에선 단연 안재욱이 대표 한류스타였습니다. 그가 출연한 '별은 내 가슴에'같은 드라마가 베트남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안재욱은 수많은 베트남 아가씨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오빠'가 되었습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점은 그곳에서도 월드컵 열풍이 불어 우리처럼 거리 응원이 펼쳐지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노이의 한 넓은 공원에 엄청나게 많은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어서 궁금해 다가가보니 1천여 명은 됨직한 베트남인들이 대형 화면을 통해 3.4위전을 보면서 한국을 응원하고 있었습니다.

거기에 몰려 있는 반수 이상의 사람들은 '붉은 악마'를 상징하는 붉은색 티를 입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하노이에 있는 대우호텔에서 준비한 것이라더군요.

 

월드컵이 끝나고 1년쯤 지나 난 또 다시 하노이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김남주의 인기는 여전했습니다. 백화점의 대형브로마이드도 그대로였습니다. 그런데 '대표 오빠'가 바뀌어 있었습니다. 안재욱이 아니라 한국을 월드컵 4강으로 이끈 안정환이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거리의 작은 상점들에서 안정환의 사진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고, 내가 묵던 호텔 프런트 아가씨도 '안정환이가 정말 잘 생겼다'며 얼굴을 붉혔습니다.

 

비단 베트남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중국에서도, 태국에서도, 캄보디아에서도 월드컵 얘기만 나오면 '안정환이 최고'라며 특히 여자들은 '잘 생겼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습니다. 그야말로 최소한 동남아에선 안정환이 모든 연예인들을 제치고 한국을 대표하는 '월드스타'였습니다.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 골을 넣었다는 죄(?)로 소속팀인 이탈리아 프로팀 페루자에서 쫓겨난 이야기는 아주 유명합니다.

그런데 월드컵 직후에 방문한 이탈리아에서도 안정환의 유니폼은 인기리에 팔리고 있었습니다.

피사의 사탑 광장에서 안정환의 유니폼을 파는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한국인들은 물론 동양인들이 많이 사간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절대 안사지만 간혹 이탈리아 축구를 싫어하는 다른 유럽인들이 찾기도 한다”며 웃었습니다.

 

이런 천하의 안정환이 얼마 전 은퇴식을 가졌습니다. 그는 테리우스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그저 잘 생기기만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외모, 실력 모든 면에서 진정 한국을 널리 알린 스타였습니다.

그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그대가 있어 오랫동안 너무나 행복했노라고….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