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6. 10. 06:00

 

 

세계 곳곳에서 IS(이슬람 국가)의 테러가 계속되고 있다. 여행사 직원으로서 이와 같은 국제적 위험 요소는 신경이 안 쓰일 수가 없다. 실제로 IS 때문에 유럽으로 가는 여행 조차 안전하냐고 문의를 해 온 손님도 계셨다. 물론 여행사 입장으로서의 이런 걱정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부의 극단적인 행동에 공포를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체에 더 마음이 씁쓸하다.

 

이런 흉흉한 때에 누군가 아직 세상은 괜찮다고 말해주는 듯한 따뜻한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보려 한다.

 

 

 

 

 

 

지난 해 말 호주 시드니의 한 카페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로 추정되는 사람에 의한 인질극이 벌어졌고, 이로 인해 무고한 시민 2명이 사망하였다.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호주에서 무슬림들은 이 사건 이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일부 극단주의 때문에 이슬람 전체를 비난하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 혹은 혐오증)’가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호주 브리즈번에 살고 있는 레이첼 제이콥스라는 한 여성의 행동은 이 일을 순식간에 호주인들의 성숙한 의식수준을 알리는 사건으로 재탄생 시켰다.

 

사건 직후 레이첼은 브리즈번의 지하철에서 한 무슬림 여성이 불안해하며 히잡을 벗으려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녀는 안타까운 마음에 그 여성에게 다가가 히잡을 다시 쓰세요. 제가 함께 있어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레이첼을 꼭 안았다고 한다.

 

레이첼은 이 일화를 자신의 SNS에 올리게 되었고 이는 삽시간에 호주 전역으로 퍼졌다. 곳곳에서 만약 종교적 의상을 갖추고 매일 아침 373번 버스를 타야하는 분이 있다면 두려워하지 마세요. 제가 당신과 함께 타줄게요.”와 같은 또 다른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렇게 하나의 감동적인 해시태그(SNS상에서 #뒤에 붙는 특정 단어에 대한 글이라는 것을 표현하는 기능) #illridewithyou가 탄생했다. 온라인상에 #illridewithyou라는 표기와 함께 무고한 무슬림들을 돕겠다는 글이 순식간에 불어났다. 유럽 일부에서 반() 이슬람 집회가 벌어진 것과는 달리 호주에선 반 이슬람을 반대하는 캠페인이 일어난 것이다.

 

‘I will ride with you’ 누군가가 나와 함께 해주겠다는 말. 들으면 참 좋은 말이다. 일부 극단주자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에 이슬람 전체를 악의 축으로 여기는 것보다는 이런 성숙한 의식이 확산되는 것이 지금 이 세상에 훨씬 필요한 치료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다.

 

나와 다름을 가진 사람을, 그렇지만 또한 나와 똑같이 무고한 사람을 오해하지 않고 그대로 포용하겠다는 마음이 언젠간 극단주의자들의 마음까지 녹일 수 있길 바래본다. [박미나]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