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5. 20. 06:00

 

테마세이투어 직원으로서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여행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그 못지않게 영화와 책도 상당히 좋아한다.

 

문학에 대한 막연한 애정으로 외국문학을 전공으로 삼았으며, 휴일이면 영화를 보고 영화비평가들의 평론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일 역시 잦다. 이러한 취미는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여행과 독서, 그리고 영화가 한꺼번에 결합하는 형태로 성격이 조금 바뀌어갔다.

 

여행을 떠나기 전 가이드북을 준비하긴 하지만 사실 그마저도 잘 읽지 않는다. 요즘같이 스마트폰으로 바로 바로 정보 검색이 가능한 시대의 해외여행은 동선만 잘 짜놓으면 현지에 가서 즉석으로 부딪히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에게는 여행가이드북보다 그 지방의 향토 요리책이 풍요로운 여행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여행에서 돌아와 정신없이 생활하다보면 어느새 여행의 기억은 꿈결같이 희미해진다. 내가 정말 그 곳에 갔었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다. 그럴 때면 나는 서점에 가서 한참을 서성이다 순수문학 파트의 도서 한두 권을 사오곤 한다. 주로 그 여행지가 배경이 된 소설이나 한 때는 그곳에 머무르며 영향을 받은 유명 작가의 작품 등이다.

 

평화로운 주말 오후, 창가에 앉아 책을 펼치고 글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여행지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도쿄 타워>를 읽으며 전망대에서 바라봤던 야경을 떠올렸고, <천사와 악마>를 읽고 주인공과 같이 로마 시내를 헤매며 뛰어다녔다. 제일 최근에는 <돈키호테>를 읽으며 출장 때 방문했던 풍차마을과 세르반테스가 묵었던 여관 사진을 뒤적이며 여행을 되새겼다. 그러다 독서가 지루해지면, 영화에 눈을 돌린다.

 

어머니와 함께 <007스카이폴>을 보며 런던 시내가 얼핏 등장할 때마다 어머 우리가 갔던 데야!” 호들갑을 떨었고,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피렌체 두오모와 밀라노 기차역이 나올 때마다 내 사진도 같이 꺼내보았다.

 

멈춰있는 활자와 움직이는 영상, 내가 박혀있는 그곳의 사진을 조합하다보면 비현실적이었던 여행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라서 거봐, 난 여기 갔었어! 참 좋았었지? 그치?”하며 스스로 묻게 된다. 그렇게 행복했던 과거를 마주하다보면 다시금 현재 주어진 삶을 충실히 살아갈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여행사 업무가 다시금 바빠지는 시기가 오고 있는데, 이번 주말에는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를 읽으며 지난여름 싱가폴로 떠났던 휴가를 되새겨야겠다. 비록 작가가 머물렀던 래플스 호텔에서 숙박은 못했지만, 그가 극찬했던 싱가폴슬링은 마셔보지 않았던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사무실 창으로는 봄바람이 불어오며 마음도 몸도 나른해지고 있는데, 여행을 되돌아보는 나만의 방법을 통해 힘을 내 또 다음 출장을 준비해야겠다.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