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6. 12. 06:00

 

 

대한항공의 땅콩회항사건으로 불거진 갑질 논란은 TV나 인터넷에서 수많은 패러디를 만들며, 아직까지도 종종 회자되고 있다. 그것을 보면서 여행자인 우리도 알게 모르게 현지인들에게 갑질, 즉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남아나 중국 등지에서는 대체적으로 여행자들의 무리한 요구를 아직까지는 잘 들어주는 편이지만, 유럽에서는 종종 호텔과 식당에서, 때로는 버스운전기사와 트러블이 생기곤 한다. 그 이유는 노동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유럽의 사회복지 체계나 노동자의 권리, 노동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노동시간은 매정하리만큼 철저히 지킨다. 그들은 단순한 생존의 차원에서 노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은 행복한 삶을 위한 하나의 조건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 문을 닫으려는 상점에서 우물쭈물하면 사지도 못한 채 쫓겨나기 일쑤다. 우리 생각에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돈이 되는데, 사겠다는 손님을 내 쫓다니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행동이다.

 

 

 

 

 

 

상점뿐만 아니다. 식당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나라에서 수십 명의 단체손님이 1시간만 일찍 문을 열어달라면 거절할 음식점이 몇 곳이나 될까? 식당 사장은 단체 손님을 받기 위해 종업원들에게 평소보다 좀 더 일찍 출근을 요구하고 종업원들은 그걸 당연히는 아니지만 어쨌든 받아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유럽에서는 엄두도 못 낸다. 돈이라는 대가가 따른다고 하더라도 요구할 사장도, 흔쾌히 들어줄 직원도 없다.

 

호텔도 마찬가지다. 포터들에게 밤늦게 도착하는 손님들을 위해 퇴근하지 말고 기다렸다 짐을 올려달라고 부탁할 수 있을 것 같지만, 퇴근시간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유럽에선 어림도 없는 얘기다.

 

관광버스도 그렇다. 버스기사 즉, 노동자의 권익과 더불어 안전 문제가 더 우선이다. 유럽에서의 관광버스 이용시간은 하루 10시간을 넘겨서는 안 되고, 버스 기사의 휴식시간은 하루에 12시간 이상을 보장해줘야 하며, 3시간을 운전하면 반드시 30분은 쉬어 가야한다. 또한 6일 이상 연속해서 운전을 할 수도 없다. 이는 타코메타라는 기계로 철저히 관리되며 이를 어겼을 시에는 상당한 벌금이 부과된다.

 

이처럼 유럽은 계약관계에 의해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식당이든 호텔이든 버스 회사든 사장과 종업원 사이에 계약된 노동시간을 조절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서로가 정해진 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꺼리는 것은 당연하다.

 

간혹 유럽 여행에서 매일 만나는 현지인들이 우리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동양인들을 무시한다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있다. 위와 같은 그들의 노동개념을 이해한다면 이런 오해도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서경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