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작품을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에 달콤 살벌한 상상을 하게 하는 작가들이 있다. 작가를 감금 학대하는 영화 ‘미저리’만큼은 아니어도 그의 곁에 꼭 붙어서 작품 활동을 채찍질하고 싶은 충동이 드는 것이다. 나에겐 그런 작가가 아프가니스탄 태생으로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할레드 호세이니이다.
호세이니는 ‘연을 쫓는 아이들’이란 대표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외에도 그는 ‘천 개의 태양’, ‘그리고 산이 울렸다’를 차례차례 발표했는데, 모두 감동적인 작품들이다.
내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정말 오랜만에 묵직한 울림과 촘촘한 이야기 구성을 지닌 소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의 소설엔 박력 있는 스토리와 용기 있는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두 번째 이유는 내 머릿속에만 존재하던 아프가니스탄에 분명한 색을 입혀주었기 때문이다. 그의 모든 소설 소재는 아프가니스탄과, 그곳에 살았거나 살고 있거나 떠난 사람들이다. 호세이니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프가니스탄을 ‘어딘가에 있다고 전해지는 흙바람 날리는 버려진 땅과 검은 부르카를 입은 여인’ 정도로만 생각했을 것이다.
그로 인해 나는 자유롭고 해사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옛 모습을 보았다. 짧은 치마의 매력적인 여성들이 클래식 카 옆을 지나가는 장면도 보았고, 색색의 연들이 푸른 하늘을 누비는 축제에도 참여했다. 그리고 사랑스러운 사람들 한명 한명의 역사도 들었다.
그 덕에 아프가니스탄은 나의 ‘언젠가 꼭 가고 싶은 나라’ 목록에 올라 있다. 어쩌면 내가 그 땅을 밟는 날,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나의 최초의 기억과 마주할 수도 있겠다. 내가 처음으로 아프가니스탄을 접한 것은 2001년 3월 탈레반(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세력)이 우상이라며 파괴한 바미얀 석불 보도였다. 호세이니의 소설 ‘천 개의 태양’속에서 사랑스러운 어린 연인들이 찾았던 바로 그 석불이다.
최근 바미얀 석불 재건 움직임이 일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고 아프가니스탄에 평화까지 정착해 많은 여행자들이 찾을 수 있다면 내가 사랑하는 작가 할레드 호세이니 또한 타국에서 얼마나 흐뭇한 미소를 지을까. [구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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