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8. 14. 06:00

 

 

여름의 기운이 온 세상에 뻗치고 있지만 여행사 사무실은 올 여름 세계 각지로 떠나는 팀들을 준비하느라 전 직원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를 보내고 있다.

 

호텔과 식당을 수배하고, 방문지를 체크하고, 매끄러운 동선이 되도록 고민을 거듭한다. 완벽한 여행을 위한 준비에는 끝이 없다. 평일 저녁밥을 집에 가서 먹은 게 언제던가.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가도 혹시 현지에서 온 메일 답장이 없나 계속 체크할 정도니 말이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일이라면 정말 괴로울 것이다. 그런 상태라면 손님들이 만족할만한 일정 또한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각 지역의 호텔 사이트를 둘러보고, 지역 최고의 맛집을 찾고 또 찾는 마음의 기본은 이게 나의 여행이라면하는 생각이다. 내가 가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방문지, 내가 머물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호텔, 꼭 한 번 맛보고 싶은 레스토랑 등.

 

비록 업무이지만 내가 그곳을 여행한다는 상상을 곁들이면 더욱 매의 눈이 되고, 근사한 곳을 찾아냈을 때의 기쁨은 배가 된다. 또한 언젠가는 나도 개인여행을 통해 이곳을 방문해보아야지 하는 나만의 위시리스트가 쌓여가는 숨은 재미도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상상들이다.

 

 

 

 

 

 

 

 

혹시 스페인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톨레도에 갈 것이다. 숙박의 경험 자체가 감동이었던 톨레도 파라도르는 꼭 한 번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가만히 머무르기만 해도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파라도르에서 있는 한껏 여유를 즐긴 뒤, 스페인 정통요리를 맛볼 수 있는 라 올리바를 방문하기 위해 그라나다로 향할 것이다.

 

남프랑스에 간다면 노스트라다무스 가문의 저택을 개조한 샤또 루산 호텔에서 고요한 숲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프로방스 산책을 즐길 것이다. 에즈 마을 절벽에 위치해 전망이 모든 것을 압도하지만, 음식의 맛과 플레이팅, 서빙마저 예술인 샤또 에자에서의 식사는 결코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상이, 휴가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여행사 직원에게 여름휴가만큼이나 시원한 청량제가 되어준다. 여행 같은 일, 일 같은 여행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달까.

 

 그리고 이러한 리듬의 줄타기야말로, 성수기를 보내는 여행사 직원이 갖추어야 할 필살기가 아닐까 싶다. 여행을 좋아하던 본래의 마음으로, 더 좋은 여행을 만들어가려면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오늘도 세계 각지에 나만의 위시리스트를 숨겨놓으며 한여름 밤의 꿈같은 달콤한 상상을 이어간다. [고은초]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