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10. 5. 06:00

 

사람마다 여행 스타일은 제각기 다르다. 유명한 문화유적을 하나라도 더 보는 것에서 만족을 느끼거나 멋진 풍경을 찾아 사진 찍는 것에 집중하는 사람도 있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하거나 번화가에서 쇼핑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여행 스타일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법!

 

대학생 시절, 과외와 아르바이트로 알뜰살뜰 돈을 모아 다녔던 여러 여행지에서 나는 그야말로 성실한 여행자의 정석을 따랐다.

 

 

 

 

 

 

 

해가 환할 때 조금이라도 더 구경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으며, 미리 계획한대로 방문지의 시간 배분을 맞추기 위해 내내 부지런을 떨었다. 그 도시에서 꼭 봐야하는 것을 못 보면 언제 또 다시 오겠냐는 마음에 상당히 아쉬움이 컸고, 빡빡했던 하루 일과가 끝나면 기진맥진한 상태로 숙소에 들어와 그 날의 일정을 곱씹으며 뿌듯해했다.

 

그러나 테마세이투어에 입사해 인솔자로 일을 한 지 어언 10달이 돼가면서 나의 여행스타일은 완전히 바뀌었다. 21분의 손님을 모시고 가이드 없이 다녀온 아이슬란드 출장 직후의 휴가는 그야말로 지친 몸을 달래고,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장시간의 비행이 필요한 여행지는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유적지나 경치 역시 관심 밖이었다. 비록 일이지만 그 동안의 인솔에서 유명하다는 장소, 좋다는 경치는 충분한 설명을 들으며 접해 봤으며, 좋은 카메라로 사진도 원 없이 찍어봤으니 말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주어질 수많은 인솔의 기회를 생각해보니 그저 내 한 몸의 즐거움을 위한 여행이면 충분했다.

 

그러다 아무 생각 없이 틀어놓은 TV 화면에 비친 일본의 유명한 테마파크와 그 안에 있는 좋아하는 소설책 속의 마을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모습을 보고 바로 마음을 굳혔다. 비행시간도 짧고 관광 인프라도 잘 구비되어 있는데다 환율까지 좋으니 두 번 생각할 일도 없었다.

 

 

 

 

 

 

비행기 표만 끊어 무작정 떠난 나의 여름휴가는 먹고 놀고 쇼핑만하다 끝났다. 오사카에 도착한 바로 다음 날, 놀이공원에 가서 온종일 초등학생이 된 것처럼 즐겼다. 그 다음 날은 느지막이 일어나 점심 먹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였다.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거리를 돌아다니며 양 손이 무거워지도록 쇼핑을 하다가 어둑어둑해지면 도톤보리 강가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야경 구경을 했다. 맛있는 소고기를 먹기 위한 목적 하나로 고베에 가기도 했고, 유적지 좀 구경해보자는 생각으로 방문한 교토에서는 시원한 카페에서 일본차를 마시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여행이었다. 기껏 돈과 시간 들여서 저것밖에 못 보고 오냐고 고개를 저었을 그런 여행을 하고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휴가를 갔다 온 지금의 나는 더없이 뿌듯하다. 실컷 놀다 왔으니 우리 손님들의 보람찬 여행을 위해 열심히 준비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인솔자의 여름휴가, 특별한 게 필요 있나? 즐거우면 됐지! [임윤진]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