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10. 21. 06:00

 

적당히 따뜻하고 적당히 시원한 요즘, 주말을 이용해 뮤지엄 산을 다녀왔다. 강원도 원주 오크밸리 리조트에 자리한 이곳은 국내 최대의 전원형 뮤지엄이다.

 

내가 여기 가보고 싶었던 이유는 일본 가가와 현 여행을 기획하면서 알게 된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빛의 마술사제임스 터렐의 작품을 한국에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곳을 지을 때 가가와현의 나오시마를 벤치마킹했다고 하는데, 특히 제임스 터렐관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전시라고 해서 더욱 기대되었다.

 

 

 

 

 

 

 

뮤지엄 산. 이름만 들었을 때는 산()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했는데, Space(공간), Art(예술), Nature(자연)의 조화로운 공존을 추구하며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80만주의 패랭이꽃과 자작나무가 어우러진 플라워 가든과 고요하고 잔잔한 물의 정원 워터 가든’, 그리고 페이퍼 갤러리가 있는 미술관 본관과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스톤 가든까지, 뮤지엄 산의 공간들은 이름에 걸맞게 자연과 어우러져 한가로운 가을날 시간을 보내기 완벽한 장소였다.

 

그리고 드디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제임스 터렐관에 도착했다. 관람은 예약제로, 인원을 제한하고 안내원과 함께하는 투어로 진행되었다. 사물을 인식하기 위한 도구인 을 중요시 생각하는 작가답게 그가 만들어낸 공간은 상상 이상이었고 또한 아름다웠다.

 

 

 

 

 

 

하지만 30여분의 짧은 관람을 마치고 나니 그리 만족스럽지 못했다. 작품 자체가 아니라 그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에서 말이다. 작가의 특성상 그 작품을 안내하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나의 기대가 너무 컸던 것 같다.

 

 미리 알려줘야 할 것과 알려주지 말고 직접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할 것을 조금만 더 신경 썼더라면, 관람객들에게 더 극적이고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었을 텐데 교육받은 사항을 우리에게 정확히 공지만 하는 안내원의 역할이 못내 아쉬웠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제임스 터렐관을 떠올리며 나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혹 터렐관의 안내원처럼 나 역시 적절치 못한 역할로 손님들이 받아야 할 감동을 오히려 방해한 것은 아닌지, 혹 공부해간 것을 건조하게 공지만 한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내내 지난 출장을 되짚어 보는 귀경길이 되었다. [이영미]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