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12. 23. 08:00

 

며칠 전, 한 모임에서 남미 여행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한 친구는 잡지 편집장을 하다 남미를 가고 싶어 코이카 해외봉사단을 신청했고, 다른 한 명은 수년째 남미 장기여행을 꿈꾸고 있는 방송 작가이다. 한 번은 세계 일주로, 또 한 번은 북미에서 남미에 이르는 대륙 종단으로 두 차례 장기간 남미를 여행한 나는 전문가(?) 자격으로 이 자리에 초대되었다.

 

그들을 위해 꼽았던, 그리고 지금까지도 색이 바라지 않고 강렬한 장면으로 남아있는 5개의 장소다.

 

1. 잉카트레일 34일간 고대 잉카의 길을 따라 안데스산맥을 넘어 마추픽추까지 두 발로 걸어갔던 잉카트레일. 안데스 정상에서 고산병에 걸려 산소 호흡기를 쓰고 구조되는 사건까지 일어났지만, 그 모든 길을 걸은 후 마추픽추 정상에 서니 여행은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참 해볼 만한 것이구나 싶었다.

 

 

 

 

 

 

2. 이스터 섬 어릴 적, 우연히 한 영화를 보았다. 남태평양 한가운데 외로이 떠 있는 섬과 거대한 모아이, 그 뒤로 온 세상을 물들이던 붉은 태양. 그 모습은 마치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태초의 장면처럼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마침내 그 자리에 서서, 그 석양을 보았을 때 나는 감격을 주체할 수 없었다.

 

3. 쿠스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2-3일 머무르다 떠나는 쿠스코에서 한 달을 넘게 머물렀다. 내 이름을 부르며 손을 흔들어주던 현지 친구들과 함께 외국인들은 절대 모를 법한 밥집과 클럽, 동네 골목길을 다녔다. 스페인어도 이곳에서 배웠다. 여행자와 생활자의 경계에 서있던 곳이었고, 지금도 가끔 꿈속에 나타난다.

 

4. 볼리비아의 모든 풍경들 보통 나라마다 유명한 몇 군데의 볼거리가 있다. 볼리비아에는 전 세계 여행자들의 로망 중 하나인 우유니 소금사막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감동적이었던 것은, 버스를 타고 달리던 볼리비아 길 위의 모든 풍경들이었다. 어쩌면 하나같이 그렇게 굉장한지, 입을 쩍쩍 벌리며 탄성을 내지르곤 했다. 가장 많이 그립고 아련함으로 남는 곳이다.

 

5. 콜롬비아 너무 행복해서 만세 삼창을 외쳤던 곳. 안데스 마을을 가득 덮고 있던 은하수, 맛있는 음식, 에메랄드빛 카리브 해, 승마와 트레킹, 콜롬비아를 유쾌하게 만든 건 너무 많지만, 그 중에서도 하나를 꼽으라면 콜롬비아 사람들. 어떤 계산이나 꿍꿍이 없이 열렬하게 사람에 대한 애정과 호의를 표현하던 사람들이 있어, 혼자 여행해도 외로울 새가 없었다. [고은초]

 

 

 

 

Posted by 테마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