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2015. 12. 15. 08:00

 

독일로 휴가를 떠나기 이틀 전, 파리에서 IS 테러가 일어났다. 130여명이 사망한 엄청난 사건에 전 세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IS가 추가 테러를 예고하고 있었기에 이런 상황에서 여행을 떠나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동안의 준비를 수포로 돌리기에는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에 그냥 독일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독일에 도착한지 불과 이틀째 되는 날, 폭탄테러 위협으로 독일에서 열릴 예정이던 축구 국가대표 경기가 취소되었다. 파리의 축구장 근처에서 폭탄테러가 일어났던 것이 아마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제 프랑스뿐만 아니라 내가 여행 중인 독일도 불안해진 것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커지니, 사실 이번 독일 여행 목적 중 하나인 분데스리가 축구 관람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었다.

 

다행히 경찰의 삼엄한 경비 속에 우리나라의 김진수 선수가 출전한 호펜하임 경기를 예정대로 관전할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식이 열렸고, 양쪽 선수들은 모두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를 치렀다.

 

 

 

 

 

 

브란덴부르크 문 앞엔 무수히 많은 꽃과 양초가 쌓여 있었다. 독일어로 되어 있었지만 의미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파리테러에서 죽어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찾은 베를린 대성당에도 함께 애도하고, 함께 눈물 흘리며, 함께 기도한다는 메시지가 적혀 있었다.

 

일반적으로 독일과 프랑스의 관계는 좋지 않다. 하지만 이런 비극에 맞서 국적에 상관없이 전 세계가 하나가 되고 있었다. 나는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셈이었다.

 

사실 나는 이전까지 이런 것들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검문검색이 강화되어 불편하다고 투덜댔고, 고작 내가 좋아하는 축구 경기가 취소될까봐 걱정할 뿐이었다. 이런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이런 나 스스로를 반성하며 무고하게 희생된 그들을 위해 기도해본다. [추혁준]

 

 

 

 

Posted by 테마세이